[도민의 목소리] 특권(끗발)이 통하는 우리사회

  • 입력 2018.03.11 17:29
  • 수정 2018.03.11 19:55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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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성호 본지 상무이사
▲ 배성호 본지 상무이사

  얼마 전 도내 H군 주택가 어느 식당에서 초등학교 동창생 20여 명이 30여 년만에 만났다.

 그동안 고생한 얘기, 자식 커가는 얘기, 직장과 가정 얘기들이 오가면서 참석자 대부분이 술을 마셨다.

 술이 어느정도 취하면서 자연스럽게 노래가 시작됐다.

 술 한잔 마시고 부르는 노래는 끝날 줄을 모르고 계속됐는데 밤 11시께 식당 인근에 사는 노인 한분이 찾아와 “잠자리에 들어야 할 시간인 데 노래소리가 시끄러워 잠을 잘 수 없으니 노래를 그만 부르라”고 조용히 타일렀다.

 그러나 노래는 노인이 떠나기가 무섭게 다시 시작됐고, 조금 있다가 노인의 아들이 다시 찾아와 항의 섞인 목소리로 “우리 마을엔 10시면 모두가 잠자리에 드니 노래를 그만 부르라”고 말하자 노래를 부르던 누군가가 “남이야 식당에서 노래를 부르든 무슨 상관이냐…”며 응수했다. 

 노인의 아들은 노래 부르는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분”이란 식당 주인의 말에 아무런 말없이 되돌아 갔고, 노래판은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감정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태에서 불러댄 노래가 고성방가가 돼 주변에 피해를 준 것이다.

 이들은 이 사회의 어엿한 지도자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사업가, 법조인, 의사, 대학교수, 언론인 등 제 나름대로 출세했다는 사람들이었으나 어린시절 감정으로 돌아갔고, ‘내가 누군데’라는 자만심(?)이 마음 한구석에 깔려 노래를 부른 것이 아니라 ‘내 끗발이 이 정도다’는 식의 고함소리가 되고만 것이다.

 화제를 바꿔 법을 비교적 엄정하게 다루는 영국 얘기를 한 토막 해 보자.

 수상이 탄 승용차가 과속으로 달리다 교통경찰관에게 걸렸는데 운전기사가 “뒤에 앉아 계시는 분이 처칠 수상입니다. 의회 연설시간이 바빠 과속했으니 좀 봐 주십시오”라고 말하자, 교통경찰관은 “우리국민은 처칠 수상을 존경합니다. 위대한 처칠 수상께서는 절대 교통법규를 위반할 분이 아닙니다”며 딱지를 뗐다는 얘기다.

 또 프랑스 퐁피두 대통령 비서실장이 가족과 함께 나폴리로 여름휴가를 갔다.

 레스토랑에 들어가 좌석을 요구했으나, 예약명부를 확인한 지배인은 좌석이 비어있었지만 “선생님 예약이 안 돼 좌석을 배정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고 비서실장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좌석마련을 요구했으나 거절 당했다는 특권이 통하지 않는 프랑스 사회의 한 단면이다.

 언젠가 공무원을 손찌검한 국회의원이 검찰에 출두하면서 검찰직원의 친절한 안내와 검사장으로부터 차 대접까지 받으며 조사를 마쳤다는 언론보도를 보고 마음이 착잡해 졌다.

 ‘우리사회는 돈이면 안 되는 일이 없고, 권력자가 되면 법을 어기고도 잘 살 수 있다. 억울한 일이 있어 법에 호소해도 쉽게 해결되지 않으며, 법대로 살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사회다’는 인식이 우리사회 구석구석에 골고루 퍼져있다.

 돈이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생각과 성실만으로는 출세할 수 없다는 생각에 우리 모두가 빠져들고 있다.

 ‘공정한 사회’ 권력과 돈 앞에 누구나가 공정한 대접을 받는 사회가 하루속히 반드시 찾아오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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