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베이비붐 세대일수록 배려와 소통 필요

  • 입력 2018.03.14 18:54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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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토요일 쓸개 염증으로 수술한 86세 노모를 퇴원을 위해 도내에 있는 대학병원에 갔다. 

 간병하는 형수로부터 11시에서 12시쯤 퇴원이라 들었지만 토요일임을 감안해 일찍 집을 나섰다. 

 도착하니 10시 10분이었고 창녕과 김해에서 모인 형제들이 퇴원시간을 기다렸다. 

 젊은이 못지않은 기력 탓인지 노모는 빠른 회복력을 보여 담당 교수님을 놀라게 했고 또 병원에 와야 되냐며 병원비 걱정을 하신다. 

 병원비 걱정은 마시고 오래오래 사실 것을 말하고 무작정 기다릴 수 없어 담당간호사를 찾았다. 

 “그 시간쯤 약만 올라오면 설명 듣고 계산하고 가면 된다”고 한다. 
 환자 경과는 이미 들었기 때문에 약을 빨리 좀 탈 수 없는지 물으니 “기다려야 된다”고 한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찾는다 싶어 원무과를 찾으니 “휴일이라 쉬고 응급실 간이창구를 이용하고 약을 탄 후에 계산을 해야지, 먼저 계산을 하면 환자기록이 사라져 안된다”고 한다.

 기다리는 마음을 헤아려주지 않는 답답함에 시계를 보니 넉넉잡아 2시간은 기다려야 될 것 같다. 

 ‘그래, 약만 타면 되지’ 싶어 엘리베이트를 타고 지하 1층 약제부에 들어서니 일손이 바쁘다. 

 그냥 돌아설까 말까 망설이다 말을 꺼냈다. 그때 장애인 약사가 다가와 물으니 “약은 간호사가 가져가는 데 일반인이 직접 가져갈 수 없다”고 한다. 

 맞는 말이기에 좀 더 빨리 탈 수 없는지 묻자 호실을 묻고 “이미 약이 나왔는데 간호사가 가져가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해 부산에 있는 대학병원을 찾은 형님께서 “안 아파야지 안 아파야지”하며 2시간동안 복도를 빙빙 돌았다는 말이 떠올랐다. 

 담당교수의 30초 설명을 듣기 위해 기다린 것이다. 

 형님 내외는 건강한 삶을 위해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창녕으로 귀촌했는데, 누구나 나이를 먹을수록 원치 않아도 병원 갈 일이 잦아진다. 

 평소 건강하던 노모라 걱정치 않았지만 며칠전 종합검진에 밝히지 못한 한밤 통증에 대학병원을 찾은 것이다.  

 9층 간호사실에 갔다. ‘약이 나와 있는데 좀 빨리 가져올 수 없는지’ 묻자 의아한 표정이다. 다른 일이 있어 조기퇴원을 설명하자 옆에 있던 얼굴도 예쁜 간호사가 자기가 가져 오겠다 나선다.

 하루에 수많은 사람들이 입·퇴원하는 대학병원이라 그럴 수 있다 생각하면서도 작은 배려가 아쉽다. 

 내 가족이라면 그렇게 기다려야 된다 했을까. 나이 들면서 배운 것 중에 내 돈 들지 않고 해 줄 일이 있다면 만사 제쳐두고 해주라다. 

 목마른 이 위해 우물 파는 공덕이 제일이라 했는데, 우물은 못 파도 작은 배려도 복 쌓는 일이다. 

 닭다리와 닭날개를 놓고 다툰 이혼을 앞 둔 황혼의 노부부 이야기처럼, 베이비붐 세대일수록 배려와 소통이 필요하다 알면서도 실천은 별로다. 

 지금부터라도 내 말보다 남 말을 많이 듣고 상대방을 헤아리는 열린 대화로 소원했던 이에게 배려와 소통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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