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이비(似而非)

  • 입력 2018.04.15 17:59
  • 수정 2018.04.15 18:54
  • 기자명 /노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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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종욱 기자
▲ 노종욱 기자

 맹자(孟子) 진심장하(盡心章下)편에는 스승 맹자(孟子)와 제자인 만장(萬章)의 문답이 기록돼 있다.

 만장이 “온 고을이 다 그를 향원(鄕原 세속에 따라 야합하는 위선자)이라고 한다면 어디를 가나 향원일 터인데 공자께서 덕(德)을 해치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신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맹자는 공자의 말을 인용해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나는 겉으로는 비슷하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을 미워한다(惡似而非者). 강아지풀을 미워하는 것은 그것이 곡식의 싹을 혼란시킬까 두려워서이고, 망령됨을 미워하는 것은 그것이 정의를 혼란시킬까 두려워서이고, 말 많은 것을 미워하는 것은 그것이 믿음을 혼란시킬까 두려워서이고, 보라색을 미워하는 것은 그것이 붉은 색을 혼란시킬까 두려워서이고, 향원을 미워하는 것은 그들이 덕을 혼란시킬까 두려워서이다”라고 했다.

 오는 6월 13일에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당에서 ‘사이비’ 논란으로 시끄럽다. 

 각 후보들은 저마다의 정통성을 호소하며 유권자들에게 본인만이 진실한 후보이며, 본인만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적임자라고 얘기하고 있다.  다르게 표현한다면 ‘내가 아니면 다 사이비’란 논리가 성립된다.

 하지만 후보자들의 짙은 호소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다.  저마다의 정통성 시비가 모두를 ‘사이비’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바르지 못한 사람, 정직하지 못한 사람, 신뢰 할 수 없는 사람, 이번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도덕적이지 못하나 보다.

 남의 얘기를 하기 보다는 나의 잘못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 인 것 같다.  지난 과오를 얘기하기 보다는 미래의 비전을 얘기 하는 것이 올바르다.  공약보다는 실천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시대와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또한 시각과 사고도 많이 바뀌었다. 옛것에만 젖어 있다면 현재를 열심히 살지 못하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다.

 예로부터 산청은 남명 조식 선생의 고장, 선비의 고장으로 불리었다. 또한 지금의 산청은 힐링의 고장 웰빙의 고장으로 불리며 거듭나고 있다. 

 적어도 지리산을 품은 청정골 산청의 지방선거는 격려와 배려의 지방선거가 되기를 소원한다. 

 힘들겠지만 ‘네거티브’성의 얘기는 후보자 상호간에 삼가 했으면 좋겠다. 

 모두를 사이비로 만들어 버리면 산청의 유권자들이 선택을 어찌하라는 건지 도무지 판단이 서지 않을 것이다.

 유권자들도 색깔보다는 산청의 미래를, 친분보다는 인물을, 습관적인 투표보다는 다음세대들이 행복한 산청 구현을 위해 분명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할 것이다. 

 2달 남짓의 선거기간은 잠깐이다. 한번 흐트러진 관계회복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관계는 평생인 것이다. 현명한 처신을 해야 한다.

 사이비(似而非)란 사시이비(似是而非)에서 나온 말이며 ‘겉으로는 그럴 듯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이비(似而非)는 큰 해악(害惡)이다. 하지만 사이비(似而非)를 가려내지 못하는 것은 더 큰 해악(害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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