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식언(食言)

승인2018.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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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종욱 기자

 서경(書經) 탕서(湯誓)에는 하(夏)나라의 폭군 걸왕(桀王)을 정벌하려는 은(殷)나라 탕왕(湯王)의 맹서가 기록돼 있다.

 탕왕은 박땅에서 출전에 앞 둔 전군(全軍)에 다음과 같이 훈시한다.

 “나는 감히 난(亂)을 일으키고자 하는 것이 아니요. 하나라의 임금이 죄가 많아 하늘이 명하시니 그를 치려는 것이오. 나는 하느님을 두려워하니 감히 바로잡지 않을 수 없소. 하나라 임금은 백성들의 힘을 빠지게 하고, 하나라 고을을 해치게만 했소”

 탕왕은 하나라 걸왕의 죄상을 설명하며 계속해 정벌의 불가피함을 외친다.

 “바라건대 나를 도와 하늘의 법이 이뤄지도록 하시오. 나는 여러분에게 큰 상을 내릴 것이니, 여러분들은 믿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하시오(爾無不信). 나는 약속을 지킬 것이오(朕不食言)” 그리고 그는 자신의 처자식의 목숨을 담보로 제시한다.

 식언(食言)이란 ‘밥이 뱃속에서 소화돼 버리듯 약속을 슬그머니 넘겨 버리는 것이니, 이는 곧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거짓을 말함’을 뜻한다. 

 떡값 받아 떡을 사 먹는 것으로도 모자라, 선거 때 내뱉었던 공약의 말(言)까지도 깡그리 먹어치우는 이들은 탕왕에게서 신의(信義)를 배워야 한다.

 오는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산청군은 그다지 선거분위기에 휩싸이지는 않는 분위기이다. 이는 주민들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일 수도 있고 또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의 식상함이라고 할 수 있다.

 산청군은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 현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강세지역이었다.

 그동안 산청군은 선거를 통해 후보자들을 검증하고 후보자 간의 공약 대결을 통한 민주주의에 입각한 선거라기보다는 그저 보수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적용이 되던 지역이었다. 

 하지만 오는 6·13지방 선거를 앞두고 산청의 선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아니 확 달라졌다. 

 우선 후보자들이 거리에서 출퇴근 시간 인사를 한다. 현재까지 산청의 선거풍토는 공천에까지만 선거였고, 공천 결정 후에는 민생탐방이었다. 

 공천이 당선이라는 자만함 때문이었다. 이제 후보자들이 유권자들에게 머리 숙이기 시작했다. 

 왜 숙일까? 출마자들의 유권자들에 대한 존경이 갑자기 솟아난 걸까?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의 선거운동복을 보고 정당을 구분한다. 파란 옷을 입을 한 출마자의 출퇴근 인사를 보며 비아냥거리던 다른 후보자들도 이제는 저마다 자리 쟁탈전을 하며 출퇴근길 인사를 한다.

 빨간 옷, 형광색옷 그리고 흰옷. 이번 선거를 통해 볼거리를 제공한다. 지난 산청군에 출마하는 모든 후보자들은 날로 먹었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민주당 후보와 자유한국당 후보 그리고 2명의 무소속 후보를 포함한 4명의 군수 후보. 여태껏 볼 수 없었던 산청군의 선거 모습이다. 

 광역의원이나 기초의원도 마찬가지로 보수정당의 후보와 무소속 후보의 대결양상이었던 산청군의 선거가 이번에는 정당 간의 대결로 진행되고 있으니 실로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렇듯 무르익은 성숙한 선거분위기에 산청의 유권자들도 정신 ‘똑띠’ 차리고 후보자들을 잘 검토해서 진정 산청군의 미래를 위해 제대로 검증된 후보를 뽑아야 한다. 

 변명과 약속을 지키지 않는 후보, 선심성 공약만 내세우는 후보는 철저하게 판단하고 가려내서 진정한 산청의 일꾼에게 투표해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에는 산청군의 유권자들도 꼭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역대 선거에서 산청군의 투표율은 전국 기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사상가 플라톤은 얘기 했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라고… 

 이제 산청군의 유권자들은 식언(食言)하는 후보자를 가려내서 희망의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노종욱기자  nju@gn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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