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읍일사(三揖一辭)

승인2018.06.27l수정2018.06.27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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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종욱 기자

 유가의 오경(五經) 중의 하나인 ‘예기(禮記)’의 표기(表記)편에 실려 있다. 

 예기(禮記)는 공자(孔子)와 그 제자들부터 한(漢) 시대까지 여러 사람을 거쳐 예(禮)의 이론과 실제를 논하는 내용을 엮은 책인데 특히 사서(四書) 중의 대학(大學)과 중용(中庸)의 가운데 한 편으로 실렸다가 독립된 것으로 유명하다.

 읍(揖)한다는 것은 두 손을 맞잡아 얼굴 앞으로 들어 올리고 허리를 앞으로 공손히 구부리는 예의 하나이다. 

 군자가 벼슬길에 나설 때 세 번 읍했으니(三揖) 세 번 사양해 신중하게 나아가고, 물러날 때는 한 번 사양하고(一辭) 지체 없이 떠난다는 뜻이다. 

 이 말은 고대 유가의 오경(五經) 중의 하나인 ‘예기(禮記)’의 표기(表記)편에 실려 전한다.

 공자는 제자들에게 “임금을 섬기는데 나아가서 벼슬하는 것은 어렵고, 벼슬에서 사퇴하기는 쉬운 것은 곧 지위에 순서가 있어서다. 

 나아가기를 쉽게 하고 물러나기를 어렵게 하면 어지러워진다. 그러므로 군자는 “세 번 읍하고서 나아가며, 한 번 사양하고서 물러남으로써 어지러움을 멀리하는 것이다(君子三揖而進 一辭而退 以遠亂也 군자삼읍이진 일사이퇴 이원란야)”라고 얘기했다.

 사람이 어떤 자리에 나아갈 때와 물러갈 때를 잘 알아 처신한다면 모두의 존경을 받는다. 조금이라도 나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거나 후진에게 물려줄 때가 지났는데도 버티고 있다면 손가락질을 받는다.

 인근 합천군의 현 군수는 3선 당선이 유력함에도 재선을 마치고 후배들을 위해 길을 터주기 위한 불출마가 모든 이에게 잔잔한 존경과 감동을 주고 있다.

 27일 오전 산청군에서는 ‘2018년 상반기 퇴직자들의 퇴임식’이 열렸다. 

 퇴임하는 이들은 수십 년을 국민들과 지역민들을 위해 봉사하며 노력했을 것이다. 참으로 그들의 수고는 칭송을 받아 마땅하다. 

 또 오후에는 민선 6기 군수의 이임식도 열렸다. 오전에 퇴직을 하는 이들과는 다르게 자치단체장은 선출직이라 재당선이 되지 않으면 4년 간의 임기동안만 근무를 하게 된다.

 이날 물러나는 최소 40여 년을 공직자로 근무했던 자들과 4년을 선출직 공직자로 근무했던 이들의 감회와 소회는 분명 다를 것이다. 

 하지만 ‘아쉬움’은 같은 거라 생각이 든다. 하지만 물러날 때가 정해져 있기에 더 일 할 수 있지만 후배들을 위해 용단을 내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산청의 모든 이들이 이날 퇴직하는 모두에게 희생과 노고에 대해 존경심을 표한다. 또한 선출직 공직자들도 모두 수고했다고 칭송한다. 

 모든 일에는 공(功)과 과(過)는 분명 존재한다. 사람들은 떠나는 이들에게는 공(功)보다는 과(過)를 쉬이 얘기한다. 물러날 때를 알고 떠나는 그 자체만으로 그들은 칭송을 받아야 한다.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닌 것이다.

 박노해 시인은 그의 시(時)에서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게 있기 때문이야”라고 말했다. 모두가 더 많은 일들이 있을 것이다. 아무 것도 아닌 지금은 없다. 지금 하고 있는 일, 사소하고 의미 없어 보이는 그 일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새로운 일들을 기대하며, 새로운 출발들을 응원한다.

 시인 이형기 선생의 ‘落花(낙화)’란 시를 감히 산청인들을 대표해 수고한 모든 이들에게 바친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해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노종욱기자  nju@gn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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