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호 칼럼] 변화의 벼랑에 서 있는 캠퍼스

  • 입력 2018.07.01 18:07
  • 수정 2018.07.01 18:35
  • 기자명 /배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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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 배성호 상무이사
▲ 본지 배성호 상무이사

 필자는 지난 1995년부터 2012년까지 18년간 마산대학교에서 언론인으로 행정학 개론과 인간과 직업 등 교양과목 강의를 맡아 젊은 대학생들과 호흡을 함께 했다.

 특히 이번 4대 지방선거에서 대학생과 젊은 층의 주장은 엄청난 힘을 발휘해 기성세대를 주눅(?)들게 한 것 같다.

 그래서 서울의 모교를 비롯, 젊음의 요람 대학캠퍼스 몇 곳을 6년여 만에 찾아가 봤다.

 우선 대학 캠퍼스의 가장 큰 변화는 학생운동의 양상이 바뀐 것이다.

 한마디로 이들은 학생회장 선거에서 정치일변도의 공약대신 대학개혁과 학내 복지문제 해결 등 현실적인 문제에 관한 공약을 내걸고 있다.

 지금까지 학생운동은 ‘대중동원력’과 ‘의식의 선진성’ 등으로 전체적인 사회운동으로 큰 힘을 발휘했으나, 기존 사회정치운동에 무관심이 팽배해지고, 경제적인 풍요 및 현실적인 취업문제 등과 연관해 10여 년 전과는 전혀 다른 대학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70년대 대학가에서 흘러나온 학생운동의 우스갯소리인데, 데모를 하다가 특전사로 강제 징집 당한 대학생이 공수부대 군인신분으로 자신의 모교에 데모진압을 나와 가장 진압을 잘하는 군인으로 선정, 사단장 상을 받고 포상휴가를 갔다는 이야기다.

 한마디로 데모 잘하는 학생은 진압도 잘하는 것으로 평가(자신의 위치에 따른 ‘현실주의적 변화’)되지만 뒷맛이 개운하지 않은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또 도서관이 캠퍼스 생활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 학생들의 일과가 도서관에서 시작해 도서관에서 끝나고 있을 정도다.

 취업준비, 자격증 등을 취득하기 위해 점심·저녁도 도서관에서 해결하고 책상위에서 낮잠과 여가선용도 개발해 지내고 있다.

 ‘요즘 대학생들이 다니는 곳은 대학이 아니라 도서관이다’는 유행어가 나돌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취업과 각종 국가고시를 위한 공부방에 불과한 도서관이 자유로운 학문연구와 창조력 배양의 장으로 제자리를 찾아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와 함께 대학문화가 순수성을 잃어가고 있다. 대학문화와 사회문화의 차별성이 갈수록 상실하고 있다.

 지난 80년대 대학가요제는 대학인의 가요제이고, 입상곡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많이 불려졌으나, 대학가요제에 나가기 위해 대학에 진학하고, 대학이라는 배경을 깔고 가수가 되는 등용문으로 된 것 같다.

 지금의 대학문화는 돈을 위한 프로페셔널과 전문적 능력을 소유하는 프로페셔널의 차이를 분명 인식해야 할 것 같다.

 대학생의 아르바이트도 다양해 졌다. 80년대 ‘몰래바이트’란 속어로 지칭했던 과외와 일용노동자가 고작이었는데, 지금은 전국의 행정기관, 금융기관, 일반 기업 등에서도 공개적으로 아르바이트생을 뽑고 있을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캠퍼스에도 정보화 바람이 불고 있다. 대학신문을 비롯 동아리 탐방, 수험정보, 시사용어해설, 배낭여행, 심지어 하숙집과 자취방 소개 등 정치신문 성격이 강했던 과거의 대학 언론매체와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달라졌다.

 한마디로 대학생활이 학문탐구도 중요하지만 사회인이 되기 위한 준비라는 현실적 상황을 잘 반영한 것으로 여겨진다.

 기성세대는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젊은 층의 가치관 정립과 그들의 주장에 귀 기울이고, 세대 간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대화의 광장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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