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낙태죄

  • 입력 2018.09.10 18:19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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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을 살인하면 살인죄가 되지만 태아를 살해하면 낙태죄가 된다.

 그러면 사람과 태아를 구별하는 시점은 여러 가지 학설이 있다.

 통설과 판례의 입장은 분만을 개시하는 규칙적인 진통이 시작된 때를 사람으로 인정하는 진통설(분만개시)로 본다. 태아는 어머니의 몸에서 분리되면 사람으로 인정하기에 형법은 태아를 살해할 경우 낙태죄로 처벌한다.

 낙태죄를 폐지하려면 무엇보다 형법 관련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

 지난 2012년에 이 조항에 대해 소원심판을 한 적이 있는데 당시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해서 찬성 4명 반대 4명으로 위헌정족수인 6명에 못 미쳐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바가 있다.

 그런데 2017년 2월 낙태죄와 관련된 형법 제269조 1항과 형법 제270조 1항에 대한 위헌심사 요청이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이후 다시 낙태죄에 대한 논란이 이어져 지난 5월 24일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 위헌소원에 대한 공개변론이 있었다.

 공개변론에서 찬성론자는 여성이 원하지 않는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몸에 무리가 가고 정신적 건강을 훼손함으로서 신체의 완전성에 관한 권리와 모성을 보호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임신 및 출산에 대한 부담을 여성에게만 부과하는 것은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119개국에서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을 합법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제의 국내 도입을 허락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미 불법적으로 국내에서 낙태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국내에서 시행중인 흡입식 낙태수술은 전신마취를 해야하고 자궁내막증, 자궁천공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며 또한 자칫 의료사고가 난다면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하는게 현실이고 불법이다보니 현금으로 병원비를 지불해야 하며 보험도 적용 안되고 수술도 안전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며 폐지를 주장하는 것이다.

 반대론자의 입장은 태아의 생명권이 산모의 자기결정권보다 공익이 크다는 것이고 낙태는 태아의 생명을 제거하고 여성에게도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해를 끼치기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임신을 하면 낙태할 권리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아기를 보호해야하는 책임이 생기고 권리 주장만 있고 책임을 언급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생명경시 풍조 만연, 낙태하지 않으려는 친부모가 주변의 낙태 요구에 법적으로 보호받거나 권리를 행사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개인이나 대중의 견해가 아니라 의사들이 연구한 팩트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정부의 답변은 태아의 생명권은 매우 소중한 권리지만 처벌 강화 위주 정책으로 임신중절 음성화를 야기하고 불법시술 양산 및 고비용 시술비 부담, 해외원정시술, 위험시술 등의 부작용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행 법제는 모든 법적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고 국가와 남성의 책임은 완전히 빠져있고 여성의 자기결정권 외에 불법 임신 중절수술 과정에서 여성의 생명권, 건강권 침해 가능성 역시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신중절 관련 보완대책의 일환으로 청소년 피임교육을 체계화하고 비혼모에 대한 사회경제적 지원, 국내 입양 문화정착까지 임신과 출산과 관련된 모든 정책을 다시 종합적으로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 낙태죄에 대한 처벌과 예외기준을 보면 형법 제269조 1항에서 임신한 부녀가 약물을 이용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스스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있고 또한 부녀의 촉탁을 받거나 또는 그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 및 의료진도 같은 형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예외로 모자보건법의 합법적 낙태가 있다.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와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가 있다.

 또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해 임신된 경우, 법률상 혼일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간에 임신된 경우,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은 낙태를 불법으로 보지 않고 허용하는 것이다.

 낙태는 인류가 시작한 날부터 끝나는 날까지 끝나지 않을 논쟁이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과 낙태죄는 유지하되 이를 예방하는 교육 등 여건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어느쪽 입장의 사회적 이익을 취하기 위함이 아니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공동체의 자격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삶의 질을 발전시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정부는 여성을 도와 줄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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