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과관계

  • 입력 2018.10.04 18:28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형법 제17조 인과관계는 ‘어떤 행위라도 죄의 요소가 되는 위험발생에 연결되지 아니한 때에는 그 결과로 인해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다.

 형법에서는 반드시 일정한 결과의 발생을 요구하는데 결과범의 경우 일정한 결과발생이 있어야 기수가 되므로 인과관계가 필요하며 결과범에서 인과관계가 없다면 미수범으로 처벌된다. 즉 쉽게말해 어떠한 범죄 행위가 있고 또 어떤 결과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와 결과 사이에 원인과 결과의 관계가 존재하지 않으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령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으면 갑이 을을 죽이려고 했으나 실수로 생수를 농약으로 알고 마시게 한 것이라면 죽이려는 것과 결과가 연결이 안돼서(어떤 행위가 전혀 없다고 봄) 처벌이 안되고 반대로 죽일 생각은 없이 그냥 나무를 흔들어서 과일을 따려고 한 것인데 그 과일나무 위에서 누워있던 사람이 떨어져서 죽은 것이라면 이도 역시 살인이라는 결과가 발생하기는 했으나 원인이 결과와 연결이 되지 않아서 살인죄로 처벌이 어려운 것이다(죽이려는 의도는 전혀 없지만 이도 살인은 살인으로 보기도 하나 실제 범죄가 아니다).

 그리고 인과관계의 유무를 판단하는 학설로 조건설, 원인설, 상당인과관계설, 합법칙적 조건설이 등이 있는데 조건설은 만일 어떠한 행위가 없었더라면 그러한 결과도 발생하지 아니했을 것이라는 논리적 조건관계만 있으면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것이고 원인설은 원인이 된 조건에 대해서만 결과에 대한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것이고 상당인과관계설은 사회생활의 일반 경험칙상 그러한 행위로부터 그러한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인정될 때 그 행위와 같은 결과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합법칙적 조건설은 조건설의 결함을 일상적 경험법칙으로서의 합법칙성을 통해 시정하려는 견해로 행위와 결과 사이에 경험법칙상 합법칙적으로 연결돼 있을 때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것이다 그러면 판례로 갑은 을을 죽일려고 칼을 찔렀는데 을은 칼에 찔려 부상을 입고 택시를 승차해 병원으로 가는 도중에 택시가 교통사고가 나서 을이 죽었다.

 이와같은 경우는 상당인과관계로 어떤 사고가 있으면 어떤 재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인정되는 범위에서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것으로 갑의 행위로 을은 상해를 입었으나 최초 갑의 목적은 살인이었으므로 살인미수죄가 성립하고 을의 사망은 택시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에 의한 사망이므로 갑에게는 을의 사망에 대한 인과관계가 없는 것이다. 즉 갑이 을이 교통사고로 사망할 것을 예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판례로 갑은 빌라 3층에 거주하고 있고 1층에 맞벌이 부부 갓난아이를 돌보며 갓난아이 을과 저녁에 TV를 보고 있는데 옆집에서 불이나 갑은 문을 열고 탈출하려 했으나 불길이 세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불길이 갑 집으로 옮겨 붙어 을을 창문으로 던지면 다칠 거라 생각도 들지만 을이 불에 타죽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해 담요와 이불을 싸서 창문으로 던졌다. 을은 떨어지면서 팔이 골절됐다.

 이와같은 경우는 갑은 을이 다친다는 것을 알았고 다쳐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으므로 상해죄의 고의는 인정되고 여기서 인과관계가 문제되는데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여러 학설 중 상당인과관계에 해당하며 을이 팔이 골절되는데 있어서 갑이 던진 행위로 인해 결과가 발생한 것이므로 그 사이에 거쳐간 요소가 없기 때문에 비유형적 인과관계(원인과 결과 사이에 또다른 원인이 될 수 있는 무언가가 들어온 형태)라고는 보기 어렵고 갑의 행위와 을의 골절 사이에 인과관계가 성립해 구성요건 해당성은 인정되며 위법성 단계에서 위법성 조각사유인 긴급피난이 성립돼 무죄가 된다.

 그리고 객관적 귀속이론은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결과를 행위자의 행위에 객관적으로 귀속시킬 수 있는가를 확정하는 이론을 말하는데 여기서 객관적 귀속의 판단기준으로는 위험의 창출이론 중 위험감소가 문제가 되는데 인과의 진행에 구체적인 영향을 주긴 했지만 결과 발생을 약화시키거나 위험의 정도를 감소시킨 위험감소의 경우에는 객관적 귀속이 부정돼 갑은 상해죄의 구성요건이 해당되지 않아 무죄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종합해보면 상당인과관계에 의하면 인과관계가 인정돼 구성요건은 해당되나 위법성이 조각돼 무죄이고, 합법칙적 조건설로 인과관계를 판단하고 그것을 행위자에 귀속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객관적 귀속이론에 의한다면 귀속판단의 기준 중 위험감소에 해당돼 객관적 귀속이 부정되어 결국 구성요건이 인정되지 않아 갑은 무죄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인과관계는 하나의 사건(원인)이 다른사건(결과)을 일으킬 경우 둘의 관계를 인과관계라 하는데 즉 행위와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결과에 대한 책임을 행위자에게 모두 귀속시킬 수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 경남연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