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봉사와 희생의 참 의미

  • 입력 2018.11.29 18:17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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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가을이 되면 올해는 노벨상 수상자가 누가 될까하는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특히 노벨평화상은 노벨상 중에서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어 더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된다. 

 전 세계인의 관심 속에 올해 노벨 평화상은 전시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데 평생을 바친 콩고의 의사 데니스 무퀘게와 전시 성폭력 피해자인 이라크 야지디족 인권 운동가 나디아 무라드에게 돌아갔다. 

 이렇게 노벨 평화상 발표를 기다리는 것은 상이 갖는 권위와 명성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들처럼 살지 못하는 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의사로서 지속적이고 헌신적인 노력으로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한 무퀘게의 기사를 보면서 지난해 개봉했던 영화, 마리안느와 마가렛이 떠올랐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간호학교를 졸업한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소록도라는 섬에 간호사가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고 20대 꽃다운 나이에 작은 가방 하나만 들고 소록도를 찾았다. 이들은 단 한 푼의 급여도 받지 않고, 오히려 고국 오스트리아에서 기부금과 약재를 받아 우리나라 한센인을 치료하며 40여 년 간 자원봉사를 했다. 

 문둥병으로 더 잘 알려진 한센병은 가족이 걸리면 감염을 우려해 소록도에 격리하고, 멀리서 얼굴만 보면서 안부를 물을 정도로 누구나 기피하는 질병이다. 하지만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장갑도 끼지 않은 채 맨손으로 한센병 환자의 상처부위를 확인하고, 피고름을 짜내고, 연고를 발라주는 정성으로 그들의 곁을 지켰다. 한센인들에게 그들은 진정한 어머니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0대 할머니가 되어서는 소록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편지 한 장만 남긴 채, 조용히 고향인 오스트리아로 돌아간 그녀들의 뒷모습에서 봉사와 희생의 참 의미를 깨닫게 된다. 

 우리 주변에도 사회 곳곳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눔과 배려, 봉사를 실천하는 5만 8000여 명의 나눔 천사들이 사회복무요원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들은 사회복지시설에서 어르신들의 식사보조, 목욕 등을 지원하고, 장애학생들의 학습지원, 응급환자구조, 지하철역 승객들의 안전사고 예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민들의 손과 발이 돼주고 있다.

 현역으로 군복무를 하진 않지만, 자신이 있는 곳에서 신성한 병역의무를 다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들의 이러한 봉사와 희생이 빛날 수 있도록 병무청에서도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충북 보은에 사회복무연수센터를 설립해 연간 3만여 명의 사회복무요원이 자신의 강점을 개발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전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사회의 귀감이 되는 사회복무요원을 발굴해 포상하는 ‘사회복무대상 시상식’도 해마다 개최하고 있다. 지난 7일에도 사회복무연수센터에서 제5회 시상식을 성황리에 마친바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회복무요원들은 우리 주변 곳곳에서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고 있다. 병역이행인 만큼 엄정한 복무기강 확립은 기본이지만, 사기진작과 자긍심을 높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이들이 스스로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더욱 성숙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애정 어린 관심과 응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의 그늘지고 소외된 자리에서 없어서는 안 될 든든한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 그들도 봉사와 희생을 통해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보여준 마리안느와 마가렛처럼 따뜻한 나눔과 배려로 우리 사회를 환하게 비추는 희망의 등불이 돼주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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