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욕속부달(欲速不達)

승인2018.12.17l수정2018.12.17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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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종욱 기자

 欲(하고자 할 욕) 速(빠를 속) 不(아닐 불) 達(다다를 달)

 논어(論語) 자로(子路)편에는 공자의 제자인 자하(子夏)가 거보라는 고을의 지방관이 돼 공자를 찾아와서 정치에 관해 묻는 대목이 실려 있다. 공자는 자하의 물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일을 빨리 하려 하지 말고 작은 이익을 돌보지 말아라. 빨리 하려고 들면 일이 잘 이뤄지지 않고(欲速則不達), 작은 이익을 돌보면 큰 일이 이뤄지지 않는다” 

 욕속(欲速)이란 ‘빠르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얼른 성과를 올리려는 성급한 마음’을 말한 것이며, 욕속부달(欲速不達)이란 ‘서두르면 도리어 목적에 도달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말에는 급할수록 천천히 라는 표현이 있고, 영어에는‘Haste makes waste’나‘More haste, less speed’라는 말이 있다. 이들은 모두 사람들의 조급한 심리를 경계한 표현들이다.

 한국인들은 예로부터 ‘맛’에 대해 아주 큰 의미를 두고 여러 가지 형태로 또 여러 가지 표현으로 사용해 왔다. 음식의 맛에도 ‘맛있다’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에도 ‘맛깔 난다’는 표현으로 상대의 현상과 상태를 표현하기도 한다. 또 다르게는 수려한 자연경관 을 보면서도 단풍이 들어 수려한 산야를 보면서 ‘가을 맛’을 이야기 하고, 눈 덮인 산야를 보면서 ‘겨울 맛’이 난다고 표현한다.

 ‘맛’의 사전적 정의는‘음식 따위가 혀에 닿았을 때의 느껴지는 감각’이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어떠한 사물이나 현상에서 느껴지는 느낌이나 분위기’에도 ‘맛’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또 ‘어떤 일에 대하여 느끼는 만족스러움 또는 재미’에도 ‘맛’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필자도 이처럼 글이 잘 나가지 않을 때는 참으로 ‘죽을 맛’이다.

 또한 행동이 바르지 못한 이들이나 사회적으로 공분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밥 맛 없는 놈’이라고도 비판도 하며, 열심히 성실하게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는 ‘제 밥값은 하는 사람’이라고 지칭을 한다.

 기자는 한참을 고민했다. ‘과연 나는 어떤 맛이 날까?’ 진솔한 맛을 내기 위해, 성실한 맛을 내가 위해, 정의로운 맛을 내기 위해 무단히도 노력한다 생각했으나 그것은 나만의 착각임을 깨닫고 다 부질 없음을 알았다. ‘맛’은 타인이 평가하는 것이다. 인생의 단맛도 쓴맛도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것이었다. 그저 매순간 최선을 다 하는 것일 뿐…

 이렇듯 넓은 의미의 맛은 감각적·감상적 관념을 표현하는 언어였으나 점차 분화해 감상적인 정서는 멋으로 표현됐다. 그리고 맛은 감각적인 경험 특히 식품의 감각을 표현하는 말로 정착하게 됐다.

 그렇다면 ‘산청의 맛’은 어떤 맛일까? 우선 산청은 지리산이 주는 ‘깊은 맛’이 있다. 청정 자연이 주는 ‘건강한 맛’이 있다. 그리고 우리네 이웃에서 느낄 수 있는 ‘다정한 맛’이 있는 고장이다. 

 옛날 우리 선조들은 ‘깊은 맛’을 좋아한 것 같다. 간장도 푹 삭인 된장으로 깊게 우려낸 맛을 최고의 맛으로 여겼으며, 김치도 삭혀 가장 한국적인 깊은 맛을 냈으며, 삭힌 발효 식품으로 ‘한국의 맛’을 자랑하기도 했다. 뭐니 해도 산청의 맛은 ‘어우러지는 맛’인 것 같다. 행정과 주민들이 어우러지는 맛, 의회와 행정이 어우러지는 맛, 지역주민들과 의회가 화합하는 맛이 산청의 맛인 것 같다.

 지난 15일에는 서울에서 청정 딸기 홍보 행사를 열어 산청의 ‘청정한 맛’을 보여줬다. 그리고 지금 베트남에서도 우리고장 산청출신 박항서 감독의 파파 리더십의 진가를 보이며 푸근한 ‘산청의 맛’을 보여 보여주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지는 ‘산청의 맛’인 것이다.

 이제 2018년도 며칠이 남지 않았다. 또 한해가 가버린다고 한탄하고 우울해 하기 보다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들을 가져보자. 올 한 해 동안 받은 사랑과 힘들었던 마음, 그리고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감사하게 마무리를 해보자. 그래도 아직은 ‘살 맛’나는 세상이 아닌가?

 내년에도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맛의 재미를 위해 하나하나 이뤄 나가보자. 올해는 참으로 다사다난 했지만, 비록 내년에도 다사다난 할찌라도 ‘사는 재미(맛)’을 느끼며 열심히 생활해 보자. 산청군도 ‘살맛나는 산청구현’을 위해, 지역주민들도 ‘행복한 맛’이 나는 산청을 위해 다 같이 ‘맛깔나게’ 노력해 보자.

 

 

/노종욱기자  nju@gn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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