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호 칼럼] ‘공부=출세’라는 잘못된 가치관

  • 입력 2019.02.24 16:12
  • 기자명 /배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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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성호 본지 상무이사
▲ 배성호 본지 상무이사

 우리의 교육목적은 분명히 홍익이념(弘益理念)을 바탕으로 한 참인간을 길러내는 데 있으나, 세계에서 가장 교육열이 높은 우리 부모들은 ‘공부=출세’라는 잘못된 가치관에 젖어 자나 깨나 공부하기만을 강요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자기 자식을 남보다 훌륭하게 키우고 싶은 욕심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러한 욕심이 도를 넘거나 사회정의에 반하는 극단적 이기심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오전 7시 기숙사에서 기상해 8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수업을 마친 후 저녁식사, 오후 6시 30분부터 교사 감독 하에 9시 30분까지 자율학습(?)을 하고 기숙사로 가 사감선생님의 관리 속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밤 12시까지 오직 좋은 대학 진학만을 위해 책과 씨름을 한다.

 이것이 도내 농촌지역 한 고교생의 하루 일과이다.

 일류병의 환상에서 깨어나지 못한 일부 학부모와 교사는 ‘공부=출세’라는 공식을 만들어 놓고 일류대학 진학이 최고의 목표이고, 진학률이 높아지면 교사는 교사로서의 책임을 다한 것으로 착각에 빠지고 있다.

 교사는 어느 시대에 살든 양심과 진실을 말하고 가르칠 자유가 있어야 한다.

 부모가 자식에게 영양가 높은 음식을 먹일 자유가 있듯이 교사는 학생에게 건전한 사고력과 지식을 교육할 자유와 의무가 있다.

 민주주의에 대한 올바른 정의를 내리고, 옳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능력을 길러주고자 하는 것이 교육의 민주화를 부르짖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므로 일방적 주입식 교육은 마치 거북이에게 토끼처럼 뛰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사실 지금의 중·고생들은 일류대학 진학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고, 교사들도 사명감이나 역사의식조차 팽개친 채 앵무새 수업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상급학교 진학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밤 10시에서 12시까지 보충수업의 고문(?)을 당해 인간성이 실종되고, 허약해진 정신과 육체의 중·고생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시험 잘 치는 기술(?)을 가르치는 교사, 천진난만한 어린이와 이상을 꿈꾸는 청소년들의 영혼을 멍들게 하고 그들이 타고난 창의력마저 말살시키는 교육이 오늘날의 교육현장일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청소년들은 지식의 알맹이를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빈껍데기 수업에 1회용 지식만을 습득할 뿐이다.

 한 사회학자는 “어릴 때부터 숙제와 시험에 시달리는 인간기계를 생산해냄으로써 청소년들은 철저하게 순응적이고 복종적이도록 통제하기 위한 이데올로기적·정치적 음모가 오늘의 병든 교육풍토를 만들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간 개개인의 권위와 존엄성, 개인의 주체성과 정체성을 비롯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갖도록 하는 인간화 교육이 진실한 교육일 것이다.

 이런 것들을 교육을 통해 가르쳐주지 못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과의 경쟁에서 이겨 오직 ‘출세·성공’만을 가르치는 교육풍토는 하루속히 개선돼야 할 것이다.

 현재의 사회·정치적 갈등이 지금과 같은 교육제도의 잘못에서부터 원인이 되고 있으며, 이러한 근본원인을 치유하지 않는 한 더불어 살아가는 평화로운 세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출세병(?)의 씨앗은 이 나라에서 팽배해 있는 물질만능주의와 권력지상주의에서 싹트고 있음을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것이다.

 고로 교육의 끝없는 경쟁은 결국 우리사회를 헤어날 수 없는 중병을 앓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기에 하루속히 교육제도와 교육풍토의 개혁에 모든 국민과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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