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운 칼럼] 경남의 집값과 역전세난

  • 입력 2019.02.24 17:40
  • 수정 2019.02.25 18:30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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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대학교 경영학과 박세운 교수
▲ 창원대학교 경영학과 박세운 교수

 창원, 거제를 비롯한 경남 지역의 주택가격이 2017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무주택자에게는 매우 반가운 소식으로 서민의 주거생활 안정에 기여를 한다. 이와 같은 주택가격 하락은 주택공급 증가와 주택수요 감소가 함께 맞물려서 증폭되고 있다. 특히 창원지역에는 2017년 이후 신규 아파트가 많이 공급되었고, 구 39 사단 자리의 유니시티가 완공되면 공급이 폭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요는 공급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조선, 자동차 및 원전 산업의 침체로 문을 닫는 공장이 널어나고 있고, 공장 가동률은 떨어지고 있으며 재고는 쌓이고 있다. 지역 경기가 침체되니 주택에 대한 구매력은 크게 떨어지고 있고, 주택가격이 더 하락할 것으로 기대되므로 구매력을 가진 사람도 주택 구입을 미루게 된다. 

 주택가격 하락이 무주택자에게 희소식이기는 하나, 한편으로 전세를 살고 있는 무주택자는 전세 만기에 전세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집주인은 전세금이 떨어진 만큼 자기 돈으로 전세금을 반환하여야 하는데, 전세금 반환 자금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집주인은 세입자로부터 전화 오는 것을 두려워하며 밤잠을 설치고 있다. 세입자는 전세금을 제때 반환받지 못한 것이라는 두려움에 떨게 된다. 집값 하락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고 느끼는 집주인은 당장 그 손해가 현실화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입자는 현재 살고 있는 집을 경매 등으로 처분하더라도 전세금을 모두 돌려받을 수 없게 되면 그 금액만큼 현실적으로 손실을 보게 된다. 

 과거 주택가격 상승기에는 세입자가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가격 인상을 통보 받고, 인상된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게 된 것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갑과 을의 입장이 뒤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언론에서는 역전세난을 보도하고 있기는 하나, 이것이 메인 뉴스가 되지는 않으나, 경남 등 지방에 사는 사람은 이것을 너무나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부동산시장은 주식시장 또는 채권시장과 다르게 지역별 시장이라서 지역에 따라 그 사정이 판이하게 다르다.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은 지방에서 주택가격이 하락할 때 오히려 크게 상승했다. 지금까지의 주택가격의 동향을 보면 우리나라 주택 시장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시장과 지방 시장으로 크게 양분할 수 있고, 이 두 시장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주택시장을 보면 우리나라는 한 나라가 아니라 두 나라로 나누어져 있는데, 이것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 이다. 세계 최빈국 중의 하나인 뱅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아파트 가격이 서울의 아파트 가격에 필적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경악한 적이 있다. 

 작년도에 창원 지역의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와중에 부산, 대구 등지에서 창원지역 아파트에 대한 갭 투자자가 몰려와서 아파트 매매가 많이 됐다. 갭 투자자는 아파트 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액이 적으므로 적은 돈으로 아파트를 매입해 아파트 가격 상승 시에 차액을 노리고 투자했으나, 현재로 보아서는 갭 투자자가 손실을 본 것 같은데, 갭 투자자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세입자가 전세 만기가 됐을 때 전세가격 하락으로 전세금을 돌려받기 어려워 질 수 있으므로 문제가 심각하다. 

 역전세난에 대비하기 위한 전세금보험도 있으나 선순위 저당권이 있으면 가입하기 어렵고 보험료도 부담이 돼 이것에 가입한 세입자가 많지 않다. 주택가격의 하락을 반드시 나쁜 것으로 볼 수는 없으나 급격한 하락은 경제적,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지역 경제력 악화로 주택 수요가 줄어 들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주택 수요의 감소에는 수도권 지역 주택가격 상승을 막기 위한 정부의 부동산정책도 한 몫을 하고 있는데 지방에는 맞지 않다.

 지역 경제의 흥망성쇠가 주택 소유자의 경제력을 좌우하는데, 대부분 국가에서 그렇지만 주택은 한 개인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므로, 주택가격의 하락은 고령화와 더불어 노년의 삶을 고달프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주택가격의 급격한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지역 경제력의 회복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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