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소리] 봄은 생명도 키우지만, 불씨도 키운다

  • 입력 2019.04.02 16:16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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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는 바야흐로 대지가 화사한 옷을 갈아입고 겨우내 움츠렸던 사람들의 삶에 생기와 의욕을 불어넣고 실행하는 아름다운 4월이다.   

 청명은 날씨가 차츰 맑고 밝아진다는 뜻을 지닌, 24절기 중 다섯 번째 절기로, 본격적으로 봄이 시작돼 농사 준비를 하는 시기이며, 한식의 하루 전이거나 같은 날로 매우 건조하고 바람이 많다. 

 1년 중 가장 날이 맑다고 하는 청명(淸明)을 전후해 개나리와 진달래 등 봄꽃이 개화하고, 각종 식물은 생명의 싹을 틔운다.

 옛 문헌에 한식(寒食)을 ‘이날에는 풍우가 심해 불을 금하고 찬밥을 먹는다’고 기록하고 있다. 옛사람들도 봄철에는 화재를 경계해 한식(寒食)이라는 절기까지 만들어 봄철 화재를 경계해 온 것이다. 

 안전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우리네 조상님들은 4월의 기후 특성과 생활방식 등을 고려해 청명·한식에는 불도 가까이 하지 않고 찬밥을 드시는 풍습을 만들어 안전한 삶의 문화를 정착시켰다. 이러한 지혜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욱 절실하다. 

 따라서 청명과 한식 성묘가 있는 4월은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이 불어 산불 등 임야화재가 자주 발생한다. 임야화재는 자칫 대형 화재로 이어질 위험이 높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5년간(2014~2018년) 경남 도내 화재 발생 분석 자료에 따르면, 겨울철 다음으로 봄철 화재가 잦았다. 계절별 화재 발생률은 겨울(30.3%), 봄(26.9%), 가을(22.5%), 여름(20.2%) 순이다. 

 특히 최근 3년간(2016~2018년) 청명과 한식 기간에 발생한 전국 화재는 1일 평균 134.6건으로 같은 기간 4월 전체 화재 1일 평균 126.5건보다 약 6.4%가 더 많이 발생했다. 

 주요 원인은 논밭두렁·쓰레기 태우기, 담뱃불 등 취급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89.7%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산과 들은 해마다 봄, 가을이 되면 논·밭두렁소각, 쓰레기 소각, 담뱃불, 등산객들의 실화 등으로 인한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다.  

 따라서 논·밭두렁 소각 부주의에 의한 화재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초기 대처능력이 부족한 노인층에 의해 발생하면서 필연적으로 인명 및 재산피해가 발생하는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년도 농작물 등 병해충을 죽이고 농사에 도움이 된다는 잘못된 고정관념은 주변에 있는 산림으로 불이 붙어 커다란 피해를 입힌 사례가 빈번하므로 각별히 주의가 요구된다. 

 산불 진화에 참여해본 사람은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강풍이 불면 산불이 500m∼1㎞ 거리를 넘나드는데, 그 어마어마한 위력 앞에서 인간의 나약함을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다.  

 애써 가꾼 산림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하는 것을 바라보는 심정도 안타깝지만, 더욱 안타까운 건 바로 이러한 산불이 사람들의 부주의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산불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427건이 발생해 1173㏊의 피해를 입었는데 전체 피해면적의 대부분이 봄철(3~5월)에 집중 발생했으며 산불원인으로는 입산자 실화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막대한 피해를 가져오는 산불의 원인은 사소한 부주의에서 시작 된다. 이 좋은 계절 봄철! 산불 조심은 내가 할 일이 아니라 소방이나 산림청 등 관계기관이 해야 하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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