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호 칼럼] 신뢰(信賴)를 잃은 정치인의 말

승인2019.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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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성호 본지 상무이사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거짓말은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은 것 같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공약이 많다는 것이다.

 없던 다리가 내일이라도 당장 세워질 것 같고 농촌마을이 금세 도시로 변할 것 같은 공약이 쏟아진다.

 선거구의 주민을 위한 화려한 정책들이 봇물처럼 터졌다가는 선거가 끝나면 물거품처럼 사라지기 일쑤다.

 선거때만 되면 전국방방곡곡에서는 각종 공사 기공식으로 시끄럽다.

 우리 국민들도 어느 사이에 이러한 정치인들의 거짓말에 익숙해져 있다.

 정치인들은 또 그러한 자신들의 공약(空約·헛된 약속)이 당연한 것처럼 여긴다.

 지난 1980년대 한 야당 당수가 한 “마음을 비웠다”는 말은 그시절에 온갖 탄압에 못이겨서 한 말이겠지만 국민들에게는 충격적이면서도 신선한 유행어였다. 또 다른 야당 당수는 “대권에는 도전하지 않겠다”고 맞장구를 쳐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자 “언제 내가 그런 말을 했느냐?”는 식으로 잽싸게 대권에 도전했던 사실을 우리들은 기억하고 있다.

 결국 두 야당 당수의 말은 거짓말이었고, 둘다 대선에서 낙선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실망과 분노,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불신만 증폭시킨 사건으로 남고 말았다.

 여기서 외국 정치인 거짓말(?)의 정도를 한번 점검해 보자.

 60년대초 후루시쵸프가 미국을 방문했을때 기자들이 “정치인이란 무엇을 하는 사람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정치인은 어디를 가나 똑같은 사람이지. 그들은 강이 없는데도 필요하다면 다리를 놓아주겠다고 약속하는 사람들이지”라고 대답해 유명한 일화를 남겼다.

 이는 민주주의 국가에 있어서 정치인들의 거짓말에 대한 냉소적 지적인 것이다.
 프랑스는 서구 민주주의 정치의 대표적인 국가로 손꼽힌다.

 그러한 나라에서도 정치인들의 거짓말은 필요악이며 상황에 따라서는 거짓말을 할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위대했던 프랑스의 드골대통령까지도 “정치인은 자기 스스로가 한 말도 결코 믿지 못한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들이 그의 말을 믿어줄때는 스스로 놀라기도 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한마디로 프랑스 정치인의 말은 일리가 있고, 우리나라 정치인들과는 거짓말의 질과 정도의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다.

 지금 국회의 모습을 한번 눈여겨 보자.

국민 상당수가 “국회가 없으면 나라가 안 돌아가느냐?”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정치를 하자는 것인지 싸움에서 이기자는 것인지 도대체 알수가 없다고 국회의원들에게 야유를 보내고 있다.

 국정을 뒷전에 두고 주도권을 쟁취하기 위해 끝이 보이지 않는 장외투쟁과 여당과 야당의 불협화음이 끊임없이 새나오고, 이에 맞장구라도 치듯 믿지 못할 말들을 남발하니 이젠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어지지 않을 지경이다.

 국민을 걱정하고 보살펴야 할 정치가 실종됐으니, 그야말로 정치판은 ○판 이라고 누가 탓하지 않겠는가?

 국민과의 공약(公約)을 밥먹듯이 공약(空約)으로 뒤집어 버리는 우리 정치인의 말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도무지 가늠하기 힘들다.

 요즘 우리사회의 구석구석에 만연돼 있는 불신풍조도 따지고 보면 정치인이나 정치지도자들의 언행에서부터 비롯됐는지도 모른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가 9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마음을 비웠다던 지도자도, 다시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던 지도자도, 믿어달라던 지도자도 모두가 자신이 한말에 책임을 지지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지금 곳곳에서 내년 총선 출마자들이 공천을 위해 당의 소총수(?)역할에 나서 자신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건망증이 심한 것인지 아니면 국민을 우습게 여겨서인지 정치인들의 속마음은 과연 어떤 것일까?

 100m 세계신기록이 9초58인데 “100m를 8초에 뛸수 있도록 하겠다”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불가능한 공약은 이젠 접고, 할수 있는 실현가능한 공약(公約)만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배성호기자  baesh@gn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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