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마당] 딥스로트(내부고발자)

  • 입력 2006.04.12 00:00
  • 기자명 심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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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현대차의 탈세를 들어 정몽규회장을 형사처벌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한다. 현대차 비자금 수사의 포문을 열게 한 ‘비밀의 벽’을 어떻게 열었을까.

지난 3월 26일 서울 원효로에 위치한 글로비스 본사에 들이닥친 검찰은 곧바로 사장실과 재경팀 사이 후미진 벽으로 향했다. 평범한 벽면이었다.
하지만 검찰 수사관이 손으로 ‘쓱’ 밀자, 금고가 보관된 비밀의 방이 열렸다. 검찰은 글로비스 직원을 찾지도 않고, 비밀번호를 눌러 회계장부, 100달러짜리 미화 다발과 현금뭉치, 수표와 양도성예금증서(CD) 등 50억원가량의 비자금을 단번에 찾아냈다. 지켜보던 글로비스 직원들이 놀라 자빠질 정도였다. 일사천리로 진행된 압수수색은 내부 고발자(딥스로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정몽구 회장의 제왕적인 경영 스타일이 불러온 부작용으로 분석하고 있다.
계열사별 대표 또는 사업본부별 대표가 내린 결정이 정 회장의 말 한마디로 쉽게 뒤집히곤 한다. 인사 시스템도 마찬가지여서 정 회장의 눈 밖에 나면 퇴출로 이어졌다고 한다.




실제 현대차 그룹이 지난 한 해 동안 11차례에 걸쳐 실시한 부사장급 이상 사장단 인사에서 정식 등기이사로 선임된 최고경영자급 인사도 5명이나 임기 이전에 퇴출됐다. 계열사 중 한 곳은 3개월 사이에 세 차례나 대표이사가 물갈이됐다고 한다.
인간은 타인이나 사회에 큰 해가 미칠 것을 알면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모르는 척하고 지나쳐도 법적인 책임은 없을는지 모르지만, 위급한 상황에서는 예를 들어 ‘불이야!’라고 고함을 질러서 다른 사람들이 대피하도록 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
마찬가지로 기업의 임직원도 회사의 임직원이기 전에 ‘사회의 구성원인 인간’으로서 사회에 해를 끼칠 행위가 있음을 발견하였고 그러한 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본다. 기업의 비윤리적 행동이 사회의 공익에 앞서서 우선적으로 보호될 수는 없다.

캔사스대학의 저명한 기업윤리학자 드조지(Richard T. De George) 교수는 고발하는 임직원에 대한 보복행위와 고발대상 행위의 중대성을 기준으로 세 가지 요건이 구비되어야 한다고 본다.

첫째, 해독의 중대성이다. 즉, 회사의 기업활동이 사회에 ‘중대한 해’가 될 것으로 추정되거나, 그럴 것이라는 증거가 있거나, 현재 실제로 해를 끼치고 있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둘째, 고발자의 고발동기이다. 고발의 동기가 객관적으로 보아서 순수하게 사회의 공익을 위한 것이라야 한다. 고발동기가 개인적으로 회사로부터 입은 피해에 대한 보복이나, 특정 경영자에 대한 사적인 원한관계가 고발의 동기라면 그것은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보았다.

셋째, 회사의 시정의사이다. 분명히 회사의 경영행동이 사회적으로 해를 끼치는 것이 분명하고, 경영자도 그 사실을 알지만 회사의 단기적 이익을 위하여 이를 시정할 의사가 보이지 않을 경우에는 대외적으로 고발할 수 있다.
즉 내부자고발이 필요한 만큼 중대한 일이라야 하며 고발자의 고발동기가 객관적이고 사회를 위한 것이라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왠지 우리나라의 경우 고발의 동기면에서 최근의 두산그룹 비자금에 대한 딥스로트와 같이 진정한 공익에 앞서기 보다는 사적인 원한관계에 기인한다는 맛이 있어 씁쓸하다. 소외나 피해를 받는다고 인식할 때 고발이 이루어진다.

경영자의 관점에서는 항상 도덕적인 책무의 소홀함이 없이 생존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보여 진다. 미국의 워트게이트 사건처럼 대통령도 탄핵을 받도록 만드는 다양한 고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업은 윤리경영의 선언과 윤리경영 철학을 가지고 이를 실천하는 최고 경영자의 의지에 달려있다.   /이장환 / 마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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