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홋줄’ 사고 원인 “무리한 운용”

“홋줄 성분·장력 검사에서는 이상 없어”
“60t 견디는 홋줄, 과부하 걸려 끊어져”

  • 입력 2019.07.1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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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발생한 해군 청해부대 ‘최영함’ 홋줄 사고는 홋줄에 걸린 ‘과부하’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와 함께 안전조치·응급처치 등의 미숙함도 확인됐다.

 해군 관계자는 18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홋줄은 60t을 견딜 수 있는 인장강도를 가지고 있었으나 이보다 더 강한 장력이 가해져서 끊어진 것으로 확인됐다”며 “홋줄의 성분과 장력검사에서는 이상이 없었다”고 밝혔다.

 해군 관계자에 따르면 홋줄은 부두에서 배가 뒤로 밀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초크(chock·함정 계류를 위해 홋줄이 드나드는 고리 모양의 함정 구조물)에 걸고 꺾어서 운용한다.

 사고가 난 최영함의 경우, 24도로 꺾어서 홋줄의 각도를 좁히면 함정의 초크에 최대 50.6t의 힘이 실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홋줄은 60t까지 버틸 수 있지만, 오래되고 거친 초크를 지나면서 마찰로 인해 열변형 손상과 흠집 등으로 끊어진 것으로 보인다.

 해군 관계자는 “홋줄은 초크를 지나며 꺾이는 각도에 따라 최대 2배 정도의 과부하가 걸린다”며 “초크와의 마찰로 생기는 열변형 손상, 초크의 거친 면 등으로 인해 인장강도가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홋줄이 나일론 재질이라 열이 가해지면 녹는다”며 최영함의 초크에 대해서는 “정비를 해서 매끄럽게 관리해 거친 면이 안 생기도록 해야 되는데 거칠게 관리가 돼 있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해군은 입항 과정에서 안전조치와 응급처치 부분에 대해서도 미흡했다고 시인했다. 사고 당일 장병들은 입항 행사로 정복을 입고 안전 장비를 전혀 착용하지 않은 채 홋줄을 당겼다. 또 홋줄을 끌어당기는 기계(윈드라스)를 운용하는 인원도 입항 행사로 인해 경험이 부족한 인원이 배치됐다.

 해군 관계자는 “홋줄 끊어짐에 대비한 안전구역으로 인원 대피 미흡, 안전장구(안전모, 구명의) 미착용, 입항 인원 배치의 적절성 미흡, 기타 입항요원에 대한 유의사항만 전달하는 등 안전사고 예방조치가 미흡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응급의학과 군의관이 사고발생 후 현장에 도착해 응급처치하고 후송하기 까지는 절차에 따라 실시됐으나 군의관 도착 전까지 현장 응급처치 요원에 의한 심폐소생술이 실시되지 않았다”며 “사고발생 3분 만에 ‘구호반 배치’ 방송을 하는 등 신속한 행동이 미흡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해군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홋줄 운용요원의 전문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 현장 감독을 강화하고 위험구역을 설정해서 운영하기로 했다. 또 입출항시 안전장구 착용 의무화 등 안전절차와 수칙을 기존보다 강화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홋줄과 초크가 만나는 부위의 마찰과 과부하를 줄이는 조치를 즉시 취하고, 안정성이 향상된 아라미드 섬유 재질의 홋줄 조달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해군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함장과 현장지휘자, 현장요원 등을 포함해 관련자 5명을 징계 조치할 방침이다.

 해군 관계자는 “해군은 후속조치과제를 선정해 단기과제는 즉시 시행하고 소요 제기 등 관련기관의 협조가 필요한 분야는 조기에 보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5월 24일 오전 10시 15분께 창원시 진해구 해군기지사령부에서 청해부대 28진 최영함(4400t급)의 입항 환영식이 열렸다.

 소말리아 해역에서 190여 일간의 임무를 마치고 복귀한 최영함은 행사를 위해 군함을 육지에 고정시키는 과정에서 홋줄(선박을 부두와 연결하는 밧줄)이 끊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최영함 인근에서는 해군 지휘관과 장병, 청해부대 장병 가족 등 800여명이 파병 임무를 마치고 복귀한 청해부대 28진 장병들을 축하하는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당시 장력이 가해졌던 홋줄이 터져 주위에 있던 병사들을 향하면서 최종근(22) 하사가 숨지고 장병 4명이 다쳤다. 부상 장병 중 3명은 퇴원했지만 1명은 아직도 치료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군은 숨진 최 하사에 대한 서훈을 추진 중이다.

 해군은 사고 다음 날인 5월 25일부터 민군 합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지난 12일까지 홋줄사고 원인 규명 조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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