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회적 정의를 수놓은 선거법

  • 입력 2019.10.27 17:28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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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은 축제의 계절이다. 어떤 지역을 방문하든 축제를 쉽게 볼 수 있다. 축제가 시작될 때 국민의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절차가 국기에 대한 맹세이다.

 그 맹세문에는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는 말이 나온다. 또한 헌법의 기본원리와 대한민국의 궁극적 이념을 담고 있는 헌법 전문에도 ‘정의·인도와 동포애’라는 내용이 제시돼 있다.

 이렇듯 우리의 발길이 닿는 현장에서부터 우리의 눈길이 꿈꾸는 대한민국 궁극이념에 이르기까지 정의라는 말이 스펙트럼처럼 펼쳐져 있다.

 이는 헌법이념인 국민주권과 자유민주주의라는 햇빛이 정의라는 프리즘을 통과하면서 도처에 다양한 색으로 분광되기 때문일 것이다. 

 정의에 대해 이야기한 대표적 학자로는 롤스(John Rawls)를 들 수 있다. 그의 정의론에 따르면 사회의 기본적 가치, 즉 자유의 기회, 소득과 부, 인간적 존엄성 등은 평등하게 배분돼야 하며, 이러한 가치의 불평등한 배분은 그것이 사회의 최소 수혜자에게 유리한 경우에만 정당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경쟁의 시작을 최대한 같게 만들어 주고 기회의 평등을 통해 사회의 최소 수혜자나 약자도 충분히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어야 가능한 이야기이다.

 이러한 정의가 가장 강하게 요구되는 곳이 바로 선거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공직선거법에는 선거에서 이러한 정의가 보장될 수 있도록 곳곳에 명문화돼 있다.

 공직선거법상 이러한 사회의 최소 수혜자에 대한 배려의 하나로 장애인 후보자와 관련된 활동보조인제도 및 장애인추천 보조금제도를 들 수 있다. 이 제도는 흔히 ‘같은 것은 같게(정의 제1원리), 다른 것은 다르게(정의 제2원리)’라고 말하는 평등의 원칙을 구현한 대표적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활동보조인제도란 공직선거관리규칙으로 정하는 장애인 예비후보자나 후보자는 그의 활동을 보조하기 위해 선거사무원 외에 1인의 활동보조인을 둘 수 있으며, 이들에게 지급되는 수당·실비는 국가가 부담토록 의무화하고 있다.

 다음으로 장애인 추천 보조금제도 내용으로는 임기만료에 의한 지역구국회의원선거, 지역구지방의원선거가 실시되는 연도에는 최근 실시한 국회의원선거의 선거권자 총수에 20원을 곱한 금액을 장애인추천보조금으로 계상해, 전국지역구총수의 5% 이상 장애인 후보자를 추천한 정당(다만, 5% 이상 추천한 정당이 없는 경우에는 1% 이상 장애인 후보자를 추천한 정당도 해당됨)에 지급 당시 국회의석수비율과 최근 실시한 국회의원선거의 득표수 비율 및 지역구 장애인후보자수의 비율에 따라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병원·요양소나 장애인거주시설로써 10명 이상의 거소투표 신고인을 수용하고 있는 기관·시설의 장은 거소투표를 위한 기표소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해 장애인 거소투표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기타 공직선거법 규정에 의한 각종 연설·대담·토론, 또는 경력 등의 방송에 있어서는 청각장애선거인을 위해 수화 또는 자막을 방영할 수 있도록 했고, 대통령선거·지역구국회의원선거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선거의 후보자에겐 시각장애선거인을 위한 점자형 선거공보 작성·제출을 의무화하고, 시각장애로 인해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을 위해 공직선거관리규칙으로 정하는 특수투표용지 또는 투표보조용구를 제작·사용할 수 있도록 이미 법제화하고 있다.

 학교·관공서 및 공공기관·단체의 건물은 지역사회에서 공공성, 접근성과 편리성이 보증된 대표적 시설이다. 

 이런 시설의 장은 공익적 요구에 맞게 시설을 설치·관리해야 할 모범관리자로서의 의무가 있다. 공직선거법에서는 투표소는 고령자·장애인·임산부 등 이동약자의 투표소 접근 편의를 위해 1층 또는 승강기 등의 편의시설이 있는 곳에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고, 학교·관공서 및 공공기관·단체의 장에게 투표소 설치장소 제공에 우선적으로 협조할 사회적 책무(Noblesse Oblige)를 부여하고 있다.

 이는 시설의 장에게는 유권자들의 권리행사가 신체적 조건에 의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모범건물주의 사명을 다해야 한다는 공익 보호자로서의 의무를 천명한 것이고, 다른 한편으론 어느 누구도 신체적 조건이나 다른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인권보장을 선언한 것이다.

 공직선거법의 이념은 선거에서 이런 우연성에 의해 차별받지 않도록 재력, 출생지. 신체조건, 정치적 기득권에 의한 사회적 우연성을 최대한 배제시켜 진정으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래서 사회 구성원 모두의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인 합의로 이뤄낸 사회를 그리고 있다. 바로 그런 국가사회야 말로 정의롭다고 할 수 있으며, 헌법과 선거법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정의이기도 하다.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공직선거법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정의가 무엇이며 정의에 부합하는 실천과제는 무엇이고 그렇게 하기 위해 공공기관에게 어떠한 책무가 주어져 있는지 앞으로 다가올 4·15,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우리 모두는 신중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으로써 사회적 정의는 유용한 준거틀을 제시해 준다고 할 수 있다.

 선거는 축제이다. 축제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불꽃놀이일 것이다. 이번 총선 축제에서도 정의라는 폭죽이 밤하늘을 날아올라 불꽃처럼 흩어지며 국민주권과 자유민주주의를 수놓는 장관을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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