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3일, 기자는 우리나라 고질 병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 축사문제를 서술한 바 있다.
이 문제는 우리나라 전반에 걸쳐 오래전부터 지속돼 온 문제이면서 해결의 실마리 또한 풀기 어려운 난점으로 피해주민들의 가슴만 새까맣게 만들어 주는 원인이기도하다.
이후 지난 10월 24일 본지에 보도된 ‘합천군 묘산면 축사 문제 ‘산 넘어 산’, 제하 기사를 읽어 내려가면서 둘다 별 차이가 없이 같다는 뜻의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대동소이(大同小異)’ 고사성어가 문뜩 떠 올랐다.
합천군 묘산면 팔심마을 주민 30여 명은 합천군청 앞에서 집회를 가지고 “우리마을에 축사(695㎡)가 건립되면 청정마을을 자랑하고 있는 주민생활이 치명적인 삶으로 바뀔 수 있다”면서 “축사허가를 취소하라”고 성토했다.
주민들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이들을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주민들 말대로 팔심마을은 해발 약 500m에 위치해 400여 년이 넘는 문화재급 고택 등이 자리해 합천군 전통마을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마을이다.
그러나 이 마을에는 수 십년이 넘은 축사가 마을에서 100m, 250m, 그리고 300m에 지금은 폐쇄된 축사 등 3곳이 자리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지금껏 아무런 불평·불만을 표명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마을에 축사가 건립된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발끈한 것이다.
이유를 탐문해보니 기존의 축사는 마을주민이 운영했기에 어쩔 수 없이 예쁘게 봐 준 것이고 이후에 건립될 축사는 이 마을 주민이 아닌 다른 마을주민이 운영한다는 소식에 한 마디로 텃세를 하는 모양새다.
그리고 더 기가막힌 것은 합천군의 이중잣대 행정이다. 합천군은 지난 5월께 팔심마을을 친환경마을로 지정해 올해 5억 원 예산을 투입해 이 마을에 환경 공원 조성 공사 착공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합천군은 친환경마을 지정을 잊어버렸는지 별개로 팔심마을에 축사허가를 승인해 준 것이다.
이쯤되면 팔심마을주민의 냄새나는 텃세 행위나 친환경마을을 지정해 준 뒤 축사허가를 승인해 준 합천군은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와 대동소이(大同小異) 고사성어를 무색하게 만들 것 같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