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포문화강좌 500회, 긴 시간 열정에 보내는 ‘축배의 노래’

‘노산 가곡의 밤 음악회’…소프라노 성정아 등 출연
합포문화강좌, 노산 이은상 선생의 뜻에서 시작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역 문화예술의 등대 역할

  • 입력 2019.11.07 19:03
  • 수정 2019.11.07 19:06
  • 기자명 /이오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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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3·15아트대강당에서 ‘합포문화강좌 500회’를 맞아 ‘제35회 노산 가곡의 밤 음악회’를 개최됐다.
▲ 지난 6일 3·15아트대강당에서 ‘합포문화강좌 500회’를 맞아 ‘제35회 노산 가곡의 밤 음악회’를 개최됐다.
▲ 지난 6일 3·15아트센터가 ‘제35회 노산 가곡의 밤 음악회’를 관람하러 온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 지난 6일 3·15아트센터가 ‘제35회 노산 가곡의 밤 음악회’를 관람하러 온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7시 30분, 사단법인 합포문화동인회(이사장 강재현)가 3·15아트대강당에서 ‘합포문화강좌 500회’를 맞아 ‘제35회 노산 가곡의 밤 음악회’를 개최했다.

 이번 음악회는 노산이 남긴 아름다운시에 곡을 붙인 가곡들과 오페라로 꾸며졌다. 

 시작을 알리는 장엄한 종소리가 서서히 울려퍼지자 공연장 밖에서 대기중이던 관객들이 입장을 시작하며 곧 전개될 공연에 흥분된 가슴을 가누지 못하는 표정들이 역력했다.

 장내 실내등이 소등 됨과 동시 1부를 알리는 창원시립교향악단의 ‘가고파’ 환타지가 연주되자 흥분된 가슴을 쓸어안던 관객들의 마음은 차분하게 조율됐다.

 그 조율 속에 소프라노 성정아가 등장하면서 애잔하면서도 고음으로 뇌리를 충격하는 ‘그리움’과 ‘장안사’를 불러 관객들이 장안사를 그리워 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이어 바리톤 김종표가 묵직한 톤으로 ‘그리워’, ‘그 집앞’을 불러 관객들을 사로 잡았다. 

 이에 질세라 김대욱 테너는 ‘옛 동산에 올라‘, 그리고 노산 이은상 시 ‘오륙도’를 열창했다. ‘오륙도’는 노산의 해학적이면서 풍류가 넘치는 시에 이근택이 곡을 써 느릿한 뱃노래 풍의 8분의 6박자를 첫 부분에 가미시켜 아름다움을 표현한 후 쭉 뻗혀 올라가는 크라이맥스로 마감하는 서정적인 곡이다.

 소프라노 임선혜가 부른 ‘설악산’ 역시 노산 이은상 시로 아름다운 우리 산하를 아름다움으로 가르쳐 준 선생의 위대한 시다. 여기에 전인평(현 중앙대 명예교수)이 곡을 쓰고 이날 고음이 풍부한 소프라노 임선혜가 설악산의 장엄함과 아름다움을 여과없이 노래로 표현했다.

 2부에서는 창원시립교향악단이 우리 귀에 익숙한 아리아 ‘피가로의 결혼’ 서곡을 들려주고 소프라노 임선혜와 바리톤 김종필이 무대로 등장해 오페라 리날도 중 ‘울게 하소서’, 오페라 쟌니스키키 중 ‘그대의 손을 나에게’를 아름다운 하모니로 열창해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어 소프라노 성정아는 이탈리아 가곡 ‘입맞춤’을 부르고 이에 만족감이 부족했는지 테너 김대욱과 오페라 라 트라비아 중 ‘축배의 노래’ 하모니를 선사했다.

 이날, ‘건반 위의 진화론자’로 정평이 나 있는 김대진 지휘자와 함께 주옥같은 연주를 선사한 ‘창원시립교향악단’은 2012년부터 새롭게 탄생한 한국 최초 통합교향악단이다.

 국내 최대 편성으로 음악에 대한 열정과 감성을 겸비한 단원들의 뛰어난 연주력을 기반으로 국내 음악계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교향악축제, 전주소리축제, 영남현대음악제에서의 호연과 통영현대음악제 주관단체로 참가해 현대음악과 국내 초연 곡의 도전적인 연주로 그 연주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한편, 합포문화강좌를 열고 있는 (사)합포문화동인회는 지난 1977년 노산 이은상 권유로 조민규 전 이사장을 비롯해 민족문화협회 마산지부를 결성한 것이 모태가 됐다.

 우리말을 깨끗이 사용하고 우리글을 가꾸며 우리 얼을 지키자는 표어와 함께 물 좋고, 공기 좋고, 인심 좋은 우리 고장의 문화예술을 숭상하고 살기 좋은 우리 고장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자는 취지에 동감한 이들이 많아 모임은 일사천리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합포문화강좌는 지난 1977년 3월 17일 마산 희다방에서 노산 이은상 선생이 ‘충무공의 구국정신’을 주제로 제1회 민족문화강좌를 한 것이 시작이 됐다.

 1970년대 한국은 농경사회를 막 벗어나 산업사회로 발돋움하던 시기로, 우리 지역 역시 경제적으로 활기가 생기고 외지로부터 많은 사람이 유입되는 상황이었다. 지역 고유의 전통문화와 생활환경이 큰 변화에 직면하자 노산은 “경제가 아무리 풍요롭다 하더라도 정신문화가 뒷받침이 안되면 허망한 일”이라며 뜻을 같이하는 이들을 모아 합포문화강좌의 전신인 민족문화강좌를 열기 시작했다.

 노산 선생이 뜻을 전한 이듬해인 1977년 1월에 김형건, 이순항, 서익수, 이우태, 정재권, 김서곤, 정영희, 손재현 등 20여 명이 모여 사단법인 민족문화협회 마산지부를 결성하고, 조민규 지부장 선임과 함께 곧이어 3월에 제1회 강좌를 열었다.

 지난 1983년 합포문화동인회로 이름을 바꿨고 1996년엔 33명의 발기인으로 사단법인 창립총회를 개최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지역에서 매달 문화강좌를 열어 인문학의 등대가 돼온 합포문화강좌가 어느덧 500회를 맞고 있다. 지역에서 인문학 강좌가 42년 동안 지속되는 것은 전국에서 최초다. 특히 지방 중소도시를 기반으로 벌여온 지역 문화운동 성과로는 이례적이다.

 제1회를 시작으로 지난 7월 11일 열린 서현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의 ‘즐거운 집짓기’까지 총 498차례 강좌가 열렸다. 그동안 각계 각층의 많은 학자를 비롯해 시인과 소설가, 연극인, 정치인, 종교인, 언론인, 과학자에서부터 재외교포, 외국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강사를 초빙해 강좌를 마련해왔다.

 합포문화동인회는 합포문화강좌를 필두로 인간이 스스로를 업신여기고 생명을 경시하는 세태를 바로잡기 위해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위한 세미나’와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는 ‘여성강좌’를 개설했다.

 또 교육의 위기를 염려해 학부모와 선생님이 함께 참여하는 교육포럼과 청소년(고등학생)을 위한 ‘영리더스 강좌’도 열어 다양한 연령과 계층이 모두 인문학적 소양을 늘릴 수 있도록 영역을 넓히고 있다. 또 정규학교 교육을 받지 못한 이들을 위한 학습의 장으로 야간학교인 ‘애솔배움터’도 운영하고 있다.

 (사)합포문화동인회의 문화강좌는 무료로 열린다. 강좌를 열기 위해 소요되는 경비는 운영회원과 후원회원, 일반회원, 법인회원 등으로 나눠 회비를 각출해 운영하고 있다. 

 정회원은 지역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과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인사들이 주축이다. 문화운동을 표방한 설립목적에 따라 강좌나 음악회 등 모든 행사는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해 함께 나누고 있다.

 이에 한 걸음 더 나가 합포문화동호인회는 지역을 위해 애쓴 이들을 위해 ‘조민규봉사상’도 마련했다. 이 봉사상은 벌써 3회째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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