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40% 확대, 자유학기제·고교학점제와 엇박자

자유학기제·혁신학교·고교학점제…줄줄이 충돌
“잠자는 교실 다시 재연 우려…보완책 고민해야”
승인2019.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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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28일 2023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정시모집을 40% 이상 늘리고,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교과 영역을 대폭 축소하는 골자의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자, 교육현장에서는 기존 교육정책과 줄줄이 충돌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수시모집이 도입된 2002학년도만 해도 비중은 28.8% 수준이었으나 지금까지 줄곧 확대됐다. 2007학년도부터 수시 51.5%로 정시 비율(48.5%)을 앞질러 올해 진행 중인 2020학년도 77.3%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2021학년도 대입에선 22.7%로 최저점을 찍은 정시는 2023학년도부터 서울 16개 대학에 한해 40% 이상으로 두 배 가까이 확대될 전망이다. 정시가 40% 이상을 차지했던 2010학년도 이전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대학입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서울 주요대학의 대입 지형이 바뀌면서 그동안 학생 맞춤형 교육을 지향하며 확산돼왔던 기존 교육정책 방향과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자유학기제와 혁신학교, 현재 연구·선도학교가 운영되고 있는 고교학점제는 모두 같은 맥락이다. 학생 스스로 꿈과 진로를 탐색하고, 학생의 개성을 존중하는 교육이다.

 한 예로 중학교 1~2개 학기동안 중간·기말고사를 치르지 않고 창의·진로활동을 하는 자유학기제는 2016년부터 전면도입됐다. 지식·경쟁 중심 수업 대신 학생 참여형 수업을 실시해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체험활동 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제도로, 당시 중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현 고1이다.

 혁신학교도 마찬가지다. 기존 공교육과정 대신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을 기르는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는 학교 형태로, 진보교육감이 선출된 지역에서는 확산 추세를 보여왔다.

 결국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성적과 경쟁보다는 꿈과 협력이 중요하다”는 교육제도를 경험한 학생들에게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국가주도 시험에서 고득점해야만 대학에 간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대학입시가 교육과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한국 사회 특성상 앞으로도 자주 대입제도가 흔들릴 경우 고교학점제 역시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문제풀이식 교육으로 퇴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이날 교육부의 정시 확대 방침에 대해 “문제풀이 수업, 잠자는 교실을 벗어나기 위해 ‘배움 중심’, ‘과정 중심’, ‘학생 참여’를 강조하며 토론과 협력의 학교문화를 만들어온 소중한 노력을 무위로 돌리는 결정으로, 이는 우리 교육의 퇴행이자 미래 교육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은 “정시에서 수능 점수로만 선발할 경우 학생들이 학교수업을 잘 들을 이유가 없어지게 되고, 방과후 학원 가서 공부를 해야 하니까 ‘잠자는 교실’로 돌아갈 수 있다”면서 “교실이 붕괴되지 않도록, 학교에서 성실하게 활동한 기록이 대학에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학생부 영향력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총장은 특히 학생부 기록이 대학입시에서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하며 “학교수업에서 엎드려 자거나 태도가 불량한지 등 있는 그대로의 학교생활을 담으려면 학생·학부모가 스스로 학생부를 열람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오용기자  loy@gn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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