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물전 망신시키는 꼴뚜기는 어쩌나?

  • 입력 2006.05.17 00:00
  • 기자명 김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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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방선거 창원시장에 출마한 박모 후보는 한 마디로 함량미달이다. 그의 공약은 신문·방송 취재기자 십 수 명이 수십 통의 통화시도를 하고서야 겨우 알 수 있었다.

그는 공약에 대한 아무런 실천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보도용 사진은 자신의 명함에 있는 것으로 쓰란다. 선거사무실은 물론 팩스, 전화도 없고 PC는 생각지도 말라고 했다. 이런 인물이 시장이 되겠단다.

기가 막힐 일이다. 어물전 망신시키는 꼴뚜기나 다름없다. 이 꼴뚜기가 어물전을 대표하러 나왔다.

그런데도 어물전은 이 꼴뚜기를 내치지 못한다. 그냥 손님들이 꼴뚜기를 사지 않으면 그만이란 상황이다. 이젠 이 꼴뚜기가 다른 어물전의 패찰까지 달고 나왔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이 꼴뚜기는
“내가 왕년에 어물전 대표였다”고 말할 게 분명하다.

전국적으로 매니페스토, 즉 후보자들이 실천 가능한 공약을 내고 있는지 검증하자는 운동이 번지고 있다. 하지만 이 운동도 후보자들의 뻥튀기만 감시할 것 같다. 이마저도 못하는 이 꼴뚜기는 지금 매니페스토의 그물에 아예 걸려들지 않고 있다. 정말 대단한 꼴뚜기라 할 수 있다. 다른 어물전을 둘러보면 이 꼴뚜기 형제가 더러 있지 싶다.

경쟁 후보자들은 자신을 더 잘 알리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가족과 이웃들을 독려하고 챙기는데 여념 없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이런 꼴뚜기들을 걸러낼 그물이나 체 같은 장치를 갖고 있지 않다.

다행히 이들을 걸러 냈다는 결과가 오는 22일 발표된다고 한다. 그냥 어물전 대표라고 떠들어도 손님들이 안 사면 그만이란 말로 얼버무리기엔 뒷끝이 영 개운찮다. /창원데스크/강재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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