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성 법률칼럼] “효도도 계약이 되나요?”, 법의 영역으로 들어선 효도

승인2020.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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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와 자식이 돈 때문에 법정에서 원고와 피고로 만나는 시대가 왔다.

 지난해 1월에는 유명 연예인의 친조부가 ‘효도사기’를 이유로 손자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소송을 제기한 사건도 있었다. 결국 친조부가 서로 간에 오해가 있었다며 소송을 취하하며 사건은 마무리됐지만, 연이어 언론에 보도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효도계약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효도계약이란 부모와 자식이 서로 갑과 을이 돼 증여하고 그 대가로 효도를 약속하는 일종의 계약이다. 이는 부모와 자식이 효도를 조건으로 재산을 주고받아야 할 만큼 재산을 물려받은 후 부양을 나 몰라라 하는 자식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도덕의 영역이던 ‘효도’가 이제는 법의 영역이 된 것이다.

 A 씨는 아들에게 20억 원 상당의 부동산과 주식을 증여하면서 효도를 약속하는 내용의 각서를 받았다. 그러나 아들은 같은 건물에 살면서도 문안 인사는 물론 식사 한 번 같이 하기도 어려웠고 몸이 불편한 어머니의 간병도 따로 거주 중인 누나에게 맡겼다. 심지어는 병세가 악화된 어머니에게 요양원을 권하며 막말을 했다.

 아들의 태도에 큰 배신감을 느낀 A 씨는 효도각서를 토대로 이미 증여한 재산을 되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법원은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민법은 ‘증여한 재산은 반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대법원은 효도 계약이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부담부 증여’라고 판단해 길을 터준 것이다.

 그러나 효도를 조건으로 재산을 증여했다고 무조건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효도계약서’처럼 부담부 증여를 입증할 수 있는 확실한 물증이 필요하다.

 효도계약서는 무엇보다 구체적이어야 한다. 야박하게 보일 순 있지만 자녀가 1년에 몇 차례 방문해야 하는지 혹은 부양료나 치료비는 얼마 정도 줄 것인지 등을 명시하는 것이 좋으며 계약 내용을 지키지 않을 경우 증여받은 재산을 반환한다는 내용이 반드시 포함돼 있어야 한다. 

 여기서 국회는 한 발 더 나아가 ‘불효자 방지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현행 민법은 재산을 물려받은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지 않거나 부모에게 범죄를 저지른 경우 부모가 자식에 대한 증여를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했지만 이미 증여한 재산은 반환받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불효자 방지법’은 부당이득 반환의 법리를 준용해 불효자가 물려받은 재산을 부당이득으로 보고 이미 증여한 재산까지 반환받을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몇 년 전 한 설문조사 기관이 전국의 19세 이상 성인 56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효도계약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77.3%, ‘필요 없다’는 응답이 14.7%로 나타났다. 10명 중 7명 이상이 효도계약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효도에 국가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효’에 대한 법률이 오히려 가족의 불화를 증폭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효(孝)라는 글자는 자식(子)이 노인(老)을 섬기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설령 불효자 방지법이 만들어지더라도 부모를 모시는 자녀의 진심이 들어 있지 않다면 그것이 진정한 ‘효(孝)’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경남연합일보  abz3800@gn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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