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지지지(知止止止)

  • 입력 2020.01.29 14:29
  • 기자명 /노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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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지지지(知止止止), ‘그칠 줄을 알아서 그칠 곳에서 그친다’는 말이다.

 노자 도덕경 44장에 ‘知止止止 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지지지지 지족불욕 지지불태 가이장구)’라는 말이 나온다. ‘만족함을 알면 욕됨이 없고 멈춤을 알면 위태함이 없어 가히 오래갈 수 있다’는 뜻이다. 

 다른 지지지지도 있다. 주역 건괘(乾卦) 문언전(文言傳)에는 지지지지(知至至之)가 나온다. ‘知至至之 可與幾也 知終終之 可與存義(지지지지 가여기야 지종종지 가여존의)’, 이를 줄을 알고 이르니 더불어 기미(幾微)를 알 수 있고, 마칠 줄을 알고 마치니 더불어 의리를 보존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 뒤에 ‘그러므로 (君子는) 윗자리에 있어도 교만하지 않고 아랫자리에 있어도 근심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말이 이어진다. 보통 ‘지지지지 지종지지(知至至之 知終終之)’라고 줄여서 쓴다. 어떤 자리에서 물러날 때 흔히 하던 말이다. 

 지지지지(知止止止)를 말하면서 수나라 장수 우중문에게 지족지지(知足知止)하라고 놀린 을지문덕 장군의 시를 인용하지 않을 수 없다.

 “신묘한 계책은 하늘의 온갖 일을 알았고 기묘한 헤아림은 땅의 이치에 다 통했구려. 싸움에 이긴 공이 높으니 만족을 알아 원컨대 그만 그치시라(神策究天文 妙算窮地理 戰勝功旣高 知足願云止)”

 민족의 대 명절 설날이 지나면서 2020년도 한 달이 바쁘게 지나간다. 사람들은 올 한해를 시작하면서 저마다의 계획으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려 한다. 하지만 늘상 한해의 막바지에서 돌아보면 계획했던 삶이 정 반대로 진행된 부분이 많아 사람들은 후회하고 또 비슷한 계획을 세운다.

 올해는 작은 것부터 실천하자. 삶의 방향키는 내가 쥐고 있다. 남의 탓하지 말고, 남의 그늘 바라지 말고, 내가… 내가 하자. 되는 대로 놓아두지 말고 전 생애를 걸고서라도 내 삶은 내가 이뤄나가야 한다. 내가 과감하게 변해야 한다. 가끔은 생의 바닷가에 어이없이 떠밀려 나온 것 같은 심정일 때도 있다. 가끔은 어처구니없이 생의 처절한 바닥에 곤두박질 칠 때도 있다. 

 그렇지만 바닥 칠 때야 말로 가장 높이 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을 기억 하자. 

 삶의 모순을 인정하면서, 지금 부터라도 사고의 전환으로 ‘오늘부터 시작이다! 오늘이 기회다!’라고 다짐하며 긍정적인 삶의 방향을 잡아가자…. 되지도 않을 나의 능력 밖의 일들을 부여잡고 아까운 시간만 허비하고 있지는 않는지 한 번 더 점검해 봐야한다.

 나는 잘 한다고 하는데 상대방은 내가 잘 못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는 겸손하다고 생각 하는데 상대방은 나를 교만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는 그를 믿고 있는데 상대방은 자기가 의심받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또 나는 사랑하고 있는데 상대방은 나의 사랑을 까마득히 모를 수도 있다.

 나는 고마워하고 있는데 상대방은 은혜를 모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나는 이것이 옳다고 생각하는데 상대방은 저것이 옳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내 이름과 그의 이름이 다르듯, 내 하루와 그의 하루가 다르듯,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모든 것이 역지사지(易地思之)인 것이다.

 올해는 산청군이나 지역주민이나 무리한 욕심을 내지 말자. 그치는 곳에서 그칠 줄 알아야 하고, 멈출 수 있는 곳에서 멈춰야 하는 것이다. 주민이 신뢰하고 행정이 믿음을 줄 때 그 곳은 행복이 넘쳐나는 고장으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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