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진국 칼럼] 아랑규수 선발대회, ‘시대착오’ 벗어나야 할 때

  • 입력 2020.02.12 17:09
  • 기자명 /백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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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아리랑대축제 아랑규수 선발대회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각계에서는 “아랑 설화는 성폭력 살인사건이다. 다른 아랑을 만드는 ‘밀양 아랑규수 선발대회’를 즉각 중단하라”는 규탄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밀양시가 주최하고 밀양문화원이 주관하는 제61회 2019년 밀양아리랑대축제 기간중에 경남여성단체연합이 ‘아랑규수 선발대회’ 중단을 촉구하며 성명서를 내는등 사회각계각층에서 시대착오적인 아랑규수 선발대회를 폐지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 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박일호 밀양시장도 신년기자회견에서 “아랑규수 선발대회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며 “아랑규수 선발은 전통적 성역할 강조 및 현대적 정서와의 괴리로 사회적 논란을 야기하고, 여성단체 항의등 각계각층에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선발대회 명칭·시기·운영방식등 전반적인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돼 아랑규수 선발대회 운영방식을 현대적 정서와 시대상의 변화에 부합되도록 개선방안을 찾고 있다”고 부연했다.

 아랑제향은 제사상 진설, 제사, 분향 등은 기존형식·규모로 유지하는 가운데 시는 아랑제관 선발(행사명 미정)은 별도 행사로 개최하기로 가닥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아랑설화는 조선 명종때 사회계몽 소설로 ‘콩쥐팥쥐’와 ‘장화홍련전’의 모태가 돼 근대소설의 효시로 높게 평가받았다. 밀양부사의 외동딸인 아랑을 흠모한 통인 주기가 유모를 꾀어 대밭으로 유인해 겁탈을 시도하다 실패하자 아랑을 살해하고 대밭에 유기한 희대의 강간치상 살인사건이다.

 아랑설화 유래는 정인섭의 ‘온돌야화’에서 연유한다 밀양에 부임한 태수의 딸 아랑이 성폭력에 저항하다 피살돼 그원혼이 신관태수들에게 밤마다 나타나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자 했으나 대부분 태수가 혼비백산해 뜻을 이루지 못하자 담이 큰 한 신관태수가 아랑의 억울함을 듣고 한을 풀어주기 위해 가해자를 잡아 처형한 뒤 원혼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설화다.

 그 당시에는 여인의 정절이 목숨보다 중히 여기던 사회적 풍토가 이 소설로 인해 사회적 귀감으로 삼았을 것이 분명하다. 밀양아리랑대축제 기간에 아랑규수를 선발 밀양홍보대사로 활동하게하고 음력 4월 16일 아랑제향을 봉행하는 제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선발과정에 있어 참가자들이 저조해 각 읍면동에 의무적으로 참가를 독려하는 실정이다.

 밀양문화원은 밀양아리랑 경연대회 등 여러 프로그램 가운데 아랑의 넋을 기리고 그 뜻을 되새기는 ‘아랑 규수 선발대회’와 아랑제향을 매년 진행해오고 있다

 아랑규수 선발 기준은 전통예절 중심으로 하고, 선발 배점을 보면 총 500점 가운데 필기 100점, 절과 예절 100점, 다과상 차림 100점, 발표 100점, 장기 자랑 100점이다. 이런 심사를 통해 진(眞), 선(善), 미(美), 정(貞), 숙(淑) 5명의 아랑규수와 10명의 모범규수를 선발하는 행사다. 선발된 여성은 밀양을 대표하는 정순하고 아름다운 규수로 명명해 밀양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게 된다.

 ‘미인대회’라는 이름으로 여성을 상품화하는 행사를 전근대적인 진행방식으로 계속 이어져야 하는 것인지!

 이 얼마나 시대 역행적인 행사인가 여성의 순결을 미덕으로 포장하는 행사가 지금도 지역축제에서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

 “‘정순(貞純) 정신을 기린다’ 함은 여성에게 무엇을 강요함인가? 여성들에게 순결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맞바꾸라는 말인가?” 시대착오적 행사 진행방식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2018년 우리사회를 온통 뒤흔든 미투운동은 여전히 우리사회에 뿌리내리고 있는 가부장적 사회문화의 잔존인 여성폭력과 성차별 및 여성혐오에 대해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자 성차별적 사회구조에 대한  변화를 강력히 요구하는 여성인권 운동이다.

 성폭력으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다 죽은 현재의 많은 아랑 여성들의 외침과 고발에 귀 기울이기 보다 여성에게 정순(貞純)을 아름다운 미덕으로 강요하는 아랑규수 선발대회를 지속할 것인가?

 아랑은 ‘정순(貞純) 정신’의 상징으로 돼 있다. 이제는 전근대적 방식으로 치러지는 아랑규수 선발대회와 대관식을 폐지하고 관객들이 함께 동참하는 축제형식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밀양에는 ‘아랑각’이 있고, 이곳에는 친일화가 우두머리 김은호(이당)가 그린 아랑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진주 촉석루 ‘미인도 논개’가 한때 진주 의기사에 모셔져 있었지만 김은호의 친일 행적이 드러나 시민들에게 철거되고 다시 윤여환 작가가 전통화법으로 그린영정이 의기사에 모셔져 있다.

 이제 친일화가 이당 김은호 화백이 그린 아랑영정도 독립의열의 도시 밀양에 맞게 다시 그려 아랑각에 모셔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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