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운 칼럼] 범죄자의 자금세탁 방지

  • 입력 2020.02.17 16:47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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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은행에 통장을 개설하러 가면 예전보다 신분 확인 절차가 엄격해 졌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아졌다. 또한 미국으로 소액의 돈을 친지에게 송금했는데, 수취인이 미국 은행으로부터 송금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미국은행이 우리나라 송금은행 앞으로 송금의 자금용도를 꼬치꼬치 문의해서 송금자가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이 은행이 업무를 할 때 거래자의 신원 또는 자금 용도를 확인하는 것은 불법적인 자금이 합법적인 자금으로 자금세탁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얼마 전에 친구에게 한 통의 전화를 받았는데, 미국에 있는 딸이 한국에 있는 딸의 동생에게 전세자금으로 돈을 보냈는데, 딸의 동생이 우리나라 은행으로부터 자금용도가 무엇인지라는 전화를 받고 당황했는데, 왜 이러한 것을 은행이 확인하느냐 하는 것이다. 혹시 증여세를 무는 것이 아니냐 하며, 친구가 걱정을 했다. 친구가 저에게 문의한 것은 제가 젊을 때 은행을 다녔고, 현재에도 은행업무 관련해 공부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자금세탁과 관련됐느냐 여부를 은행에서 확인하는 것으로 세금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대답했다. 

 재작년에는 저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미국에 있는 친지에게 소액의 돈을 전신송금 했는데, 1개월이 넘도록 송금을 받지 못했다고 해, 우리나라의 송금신청 은행에 문의했더니, 미국은행으로부터 자금용도에 대해 문의가 왔다는 것이었다. 결국 6주가 지나서 미국 친지가 돈을 찾을 수 있었다. 미국 은행은 이와 같이 소액의 돈까지도 자금 세탁 여부를 조사하는 것을 알고 쓴 웃음이 나왔다. 

 원래 세탁은 더러운 것을 깨끗한 것으로 바꾸는 것이므로 좋은 의미를 가진다. 

 예컨대 오래 입어서 더러운 옷을 세탁하는 것은 꼭 필요한 것으로 세탁된 옷을 입으면 본인이 기분이 좋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한 이미지도 좋아진다. 이 때문에 집집마다 전기세탁기를 두고, 옷을 세탁을 하고, 세탁기 사기가 어려운 사정에 있으면 코인 세탁기를 이용한다.

 그러나 자금세탁은 옷을 세탁하는 것과 다르다.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범죄의 흔적이 있는 더러워진 옷을 세탁해 범죄 사실을 은닉하는 것은 나쁜 일인데, 자금세탁도 마찬가지로 불법적인 과정으로 얻어진 자금을 합법적으로 얻은 자금으로 세탁하는 것이므로 범죄 행위가 된다. 자금세탁은 탈세를 위해서 자행되기도 하며, 불법적인 테러자금이 합법적인 자금으로 둔갑하기 위해 자금세탁 과정을 거친다. 

 미국의 은행이 특히 자금세탁 여부를 꼼꼼하게 따진다. 2001년 10월 미국 뉴욕의 유명한 국제금융센터가 빈 라덴으로부터 테러공격을 받음으로써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고, 전 세계를 충격의 공포에 휩싸이게 했다.

 이 뉴스를 긴급뉴스로 TV로 시청하던 필자는 처음에는 저것이 실제 상황이 맞는지 의심이 갔다. 이 테러행위도 많은 돈이 필요하다. 이 사건 후 미국 수사당국은 이 사건의 배후에 있는 테러자금 조달처에 대한 수사를 했으나, 사후 약방문이 돼 확실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이와 같은 9·11 테러사건과 이란의 핵무기 개발 억제를 위해 미국이 자금세탁에 민감한 것이다. 

 여러 국가로 자금이 이동되면서 자금의 원천이 모호해 지도록 자금을 세탁을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제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와 같은 국제협력의 필요성에 따라 1989년 7월에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가 설립됐고, 1998년 5월에 영국 버밍햄에서 열린 회의에서 각국에 자금세탁방지기관을 설립하기로 합의돼, 우리나라에서는 2001년 11월에 한국금융정보분석원이 설립됐다. 

 금융기관이 고객과의 거래에서 자금세탁으로 의심이 되는 거래가 있으면 우리나라에서는 한국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하여야 한다. 이 보고의무는 현재에는 비금융조직과 전문가(변호사, 회계사 등)에게 까지 확대됐다.

 은행의 자금세탁 여부 확인은 은행에게 업무 부담이 가중되는 것이고, 고객도 거래의 신속성이 떨어지는 불편함이 있기는 하나 은행 또는 고객은 범죄자를 잡는데 협조하는 것이라고 좋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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