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운 칼럼]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와 베트남 발전의 과제

  • 입력 2020.02.23 12:22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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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이 된 후 베트남 축구 대표팀이 동남아시아에서 열린 축구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베트남 국민이 박항서 감독에 대해 열광함에 따라 덩달아 우리나라 사람이 베트남의 축구경기를 시청하면서 베트남을 응원하게 됐다.

 흔히 베트남을 사돈국가라고도 부른다. 한국 남성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고, 한국과 베트남의 친근한 관계를 상징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베트남하면 과거에는 저는 초등학교 다닐 때 그 당시의 월남 전쟁에 파견된 국군 장병에게 위문편지를 쓰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 당시 뉴스에는 파병된 국군이 월남 전쟁에서 베트콩과 월맹 정규군을 몇 명 사살하고 포로로 잡았다는 승전 보도가 많았다. 지금의 세대에게는 낮선 용어이지만 베트콩은 월남의 공산당에 속하는 민병대에 속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우리나라의 6·25 전쟁이 일본의 경제를 부흥시키는 기회를 제공했다면 월남 전쟁은 우리나라가 경제 발전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창구 역할을 했다.

 전쟁으로 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기는 했지만 어떤 국가에게는 경제 발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아이러니가 있다. 과거에 우리나라 군인이 월남에서 전쟁을 했으니 이보다 더한 적국은 없었을 것이나 지금의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는 어떤 국가보다도 더 좋다.

 베트남 정부가 과거의 전쟁에 대해 우리나라에 사과를 하라고 요구했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없다.

 과거보다도 미래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실용적인 사고방식이 놀랍다. 베트남 사람의 성격은 유교적인 영향을 받아 우리나라 사람과 유사하게 성실하고 근면하다고 한다. 이와 같은 베트남 사람의 근면성과 값싼 인건비로 인해 많은 한국 기업이 베트남에 투자를 했다.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많은 투자를 해 하노이를 비롯한 몇 곳에 현지생산법인을 두고 채용 인원이 5만 명에 달하고 베트남 수출의 30%를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베트남이 무서운 속도로 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있는데, 한국 기업이 기여하는 역할이 매우 크다. 창원 지역의 한화에어스페이스도 하노이 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했으므로 창원지역과도 관계가 깊다. 

 요즘 대학가에는 많은 외국인 유학생이 있어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대학이 3월의 개강시기를 2주간 연기했다. 외국 유학생을 국적별로 따져보면 중국이 가장 많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베트남 유학생이 급증하고 있다. 중국 유학생 중에는 한국어에 어눌한 학생이 상당수 있는데 베트남 유학생은 한국말을 너무 잘해 놀라는 경우가 많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베트남 근로자뿐만 아니라 유학생도 많은 것이다.

 내가 지난 2학기에 강의한 강좌 중 한 강좌에는 45명의 학생 중 8명이 베트남 유학생이었는데 이들 학생이 공부도 열심히 해 내가 강의한 유학생 중 처음으로 B학점을 받은 유학생이 나왔다. 언어 장벽이 있는 유학생이 한국 학생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두기는 너무 어렵다. 

 베트남이 이와 같이 비약적으로 경제 발전을 하고 있지만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개선해야 될 사항도 많다고 생각한다. 개발도상국의 공통적인 특징이지만, 정부의 행정절차가 너무 늦어서 베트남 현지 기업인을 좌절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즉 아직 제도적인 면에서 베트남이 뒤져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싼 인건비 때문에 많은 다국적 기업이 베트남으로 진출하고 있지만 베트남 경제가 성장하면 베트남 인건비가 같이 올라가므로 인건비 경쟁력이 지속될 수는 없다. 

 세계은행(World Bank)이 매년 각국의 제도의 질적 수준에 대한 순위를 발표하고 있는데 현재 베트남은 과거보다 순위가 높아졌지만 전체를 100으로 보면 60위 정도에 머물러 있다. 기업인이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이 좋지 않다고 하지 우리나라의 제도의 수준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인터넷을 활용하는 정부의 능력 면에서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다. 베트남이 우리나라의 자본과 학문 및 축구 기술을 수입하는데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의 발전된 제도를 도입하면 베트남의 경제와 사회 발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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