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운 칼럼] 아파트 가격 양극화의 그림자

  • 입력 2020.02.27 12:23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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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와 신문에서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고 이에 따라 정부가 새로운 부동산 규제 정책을 발표했으며 풍선효과로 수원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면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경남에 사는 사람으로서는 딴 나라 이야기인 것처럼 들리고 실감이 전혀 나지 않는다. 

 경남 지방에서는 몇 년 동안 계속해서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고 전세 세입자가 전세계약 만료돼 전세금 반환을 요구했는데, 집 주인이 이를 돌려주지 못하고 해당 아파트를 처분하더라도 전세금을 반환할 수 없다는 역전세난이 벌어지고 있다.

 이렇게 넓지 않은 같은 나라에서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다. 

 무주택자로서는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의 아파트 가격하락은 기쁜 뉴스이다. 그러한 측면에서는 지방이 살기가 좋아졌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울에서 작은 아파트 전세가격으로 지방에서는 전용면적이 훨씬 넓은 조망권이 좋은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유주택자로서는 서울 등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 상승이 배가 아픈 뉴스일 수 있다.

 주택가격의 양극화 문제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현상은 아니다. 가까운 중국에서도 베이징, 상하이, 선전과 같은 지역은 아파트 가격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급등했다. 너무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니까 아파트 소유자가 한편으로는 기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허탈해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우리나라 대학의 나이 많은 중국 유학생이 10여 년간 열심히 노력해 상당한 부를 축적해 상하이에 아파트를 구입했는데 불과 1년만에 가격이 2배 이상 상승해 자기가 10년간 노력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허탈해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중소도시는 아파트 입주자가 별로 없어 유령도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11년까지만 하더라도 경남 등 창원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급등세를 보이고 그 이후에도 2016년까지는 높은 가격 수준을 유지하다가 조선업의 침체와 탈원전 정책에 따른 지역 업체의 불황으로 지역 경기가 침체되면서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이와 동시에 신규 아파트의 대량 공급이 가격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신규 아파트의 대량 공급은 주민의 주거 생활의 질을 높일 수 있으므로 계속돼야 한다. 사실 예전에 지어진 아파트는 주차장 시설도 불편하고 다른 편의 시설도 많이 부족하다. 

 다시 주택가격 양극화 문제로 돌아가면 이것은 지방의 유주택자의 배를 아프게 한다는 단순한 문제에 거치지 않는다. 주택가격의 양극화는 소득과 부의 양극화를 더 심화시켜 사회의 안전성을 저해할 수 있다. 

 통계청의 2019년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거주주택이 가구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1.5%이고 거주 주택 이외의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7.9%라고 한다. 다주택자가 여러 채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주택이 가구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훨씬 초과한다. 

 그런데 한국감정원의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강남3구의 아파트 매매평균 가격은 2019년 12월 현재 11억 8백만 원인데 반해 경남지역 아파트의 매매 평균 가격은 2억원에 못 미치고 있다. 즉 경남의 아파트 가격이 서울 강남 3구의 아파트 가격의 5분의 1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단순하게 비교하면 경남지역 가구의 재산이 주택만 따져도 서울 강남의 5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자신이 서울에 살고 있었느냐 아니면 지방에 살고 있었느냐에 따라 재산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애당초에는 이와 같은 큰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정부는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잡기 위해 세제 및 대출 억제 정책을 펴고 있으나 그 효과를 아직까지는 별로 보지 못하고 있다.

 정답은 경남의 아파트 시장을 보면 나와 있다.

 즉 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수도권 지역은 재건축, 재개발을 억제하고 있어 서울 인근의 신도시를 제외하고는 공급이 별로 없다.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대출을 억제해 수요를 막아 아파트 가격 상승을 감소시킬 수 있겠지만 이것으로만 되지 않고 동시에 공급을 증가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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