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호 칼럼] 전직 대통령의 잔혹사

  • 입력 2020.03.08 13:07
  • 기자명 /배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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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스(DAS) 실소유 의혹 관련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에서 보석 석방돼 불구속 재판을 받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차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법정구속된 후 6일만인 지난달 25일 다시 풀려났다.

 그동안 전직 대통령이 구속돼 재판을 받던 ‘대통령 잔혹사’는 여러 차례 반복됐지만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다가 법정에서 구속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서울고법 형사 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지난달 19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에서 총 징역 17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000여만원을 선고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실소유 의혹과 관련한 비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 혐의 등으로 지난 2018년 3월 22일 구속됐고 검찰은 같은 해 4월 9일 총 16개 혐의를 적용해 이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했다.

 이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청구한 보석이 지난해 3월 6일 받아들여지면서 1년여 동안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으나, 이날(2월 19일) 항소심에서 징역 17년이 선고되며 보석이 취소되고 법정에서 구속됐다.

 이외에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1심에서 각각 사형과 징역 22년 6개월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전 전 대통령은 무기징역, 노 전 대통령은 징역 12년으로 감형됐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고 두 전직 대통령은 2년 정도 복역하다가 1997년 12월 국민 대통합이라는 명목 아래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4월 30일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지만 같은 해 5월 서거하면서 검찰 수사가 종료됐으며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측근 비리가 불거지긴 했지만 본인들은 검찰 칼끝을 피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 농단’ 사건 관련 혐의로 구속 재판을 받았다.

 검찰은 지난 2017년 3월 27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13개 혐의를 적용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같은 해 3월 31일 발부해 현재까지 구치소에 머물고 있으며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오랫동안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으로 형이 가중됐다.

 속된 말로 ‘통치자금’인지 ‘비자금’인지는 몰라도 재임 5년 동안에 ‘기업인들로부터 정치성금 형식으로 받은 돈이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이른다’고 밝혀져 민초들은 천문학적인 숫자를 계산해 보려 해도 헷갈린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수천억원을, 다른 대통령들은 수백억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허리띠 졸라매며 평생을 모아도 집 한 채 마련하기 어려운 보통 사람들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살맛도 나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나라님이 그 정도의 돈을 긁어모았으면 그 주위의 하수인들도 몇십억은 먹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충분히 가능하다.

 그런 떡고물을 먹지 않고서야 민초들의 분노의 소리와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연일 비밀스러운 대책 회의를 할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5년간 나라경영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돈을 숨겼는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가장 무서운 검찰이 밝혀 주고 있지만 ‘성역 없는 수사’를 바라는 국민들의 눈에는 칼을 빼든 모양새가 왠지 올바르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면서도 수십만원·수백만원의 뇌물을 받은 소도(小盜)는 가차 없이 구속수사를 하는 법치논리 또한 아무리 생각해도 쉽게 이해할 수 없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민초들은 정치지도자들에게 여러 번 속아왔고, 이들의 위선과 거짓말을 수없이 들어왔다.

 마음을 비웠다는 지도자도, 다시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던 지도자도, 믿어달라던 지도자도 모두가 위선자였으니 기만당한 민초들은 누구에게 하소연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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