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봄, 웃음 찾는 나라로

  • 입력 2020.03.08 15:21
  • 기자명 /이민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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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살아가는 데 웃음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 달콤하고 기분 좋은 말도 필요하지만 모든 언행을 내포하는 웃음보다 더할까 싶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지만 유머는 사람을 웃게 만든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웃음은 삶의 행복감이나 사회의 이상성을 재는 바로미터가 되는 것 같다. 공감, 소통, 이해와 같은 좋은 말 뒤에는 항상 웃음이 따른다. 건강하고 좋은 노인이 되려면 표정을 밝게 하고 얼굴에 웃음을 달고 살아야 한다는 글을 읽고 깊게 공감한 적이 있다.

 사실 웃음은 뇌에 건강한 산소와 혈액을 많이 공급해 치매를 막아준다고도 한다. 웃어야 건강하고 오래 산다. 웃음은 생활의 보약이다. 웃음이 주는 좋은 효과에 대한 말들은 무수히 많다. 그만큼 웃음이 좋은 것이라서 그렇지 않겠는가 생각해본다. 

 베이버부머 세대인 우리들의 향수 속에는 가난과 함께 늦봄의 하늘을 덮었던 건강한 모내기 노래며 함께 나누던 못밥, 막걸리와 고추전만으로도 흥겨웠던 백중날, 햇고구마에 김장김치를 얹어 씨락국과 함께 먹던 초겨울 지붕 이던 날의 왁자지껄한 웃음이 있었다.

 웃음은 이해나 용서 등과 같은 선한 마음이나 삶의 즐거움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분노나 미움, 비난이나 대립에 웃음이 있을 리 없다.

 짧은 기간에 우리는 산업발달과 경제의 급성장을 이뤘다. 모든 면에서 과거보다 살기 좋고 편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 어쩐 일인가? 사람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고 행복지수는 오히려 낮아졌다. 경제가 성장하고 삶이 윤택해진 만큼 웃음도 가까이에 있어야 하나 그 틈에 혼밥이니 혼술이니 하는 쓸쓸한 단어들만 생겨났다.

 웃음을 잃은 시대이다. 웃을 수 있는 여유와 심성을 잃어버린 것 같다. 경기불황으로 공장의 일감은 줄고 거리에 빈 점포는 늘어난다. 일자리를 없는 청년들은 사랑도 결혼의 기회도 잃은 채 이리저리 방황한다. 항상 민생을 내세우는 정치판은 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 오히려 국민들을 이간하고 분열 시킨다. 학교폭력은 도를 넘어 사제지간의 존경과 사랑은 허물어지고 있다. 

 선생님이 들었던 사랑의 매는 구석기시대의 얘기가 돼버렸고 조그만 문제에도 오로지 신고와 법을 앞세우며 자신의 이익 앞에선 불의도 서슴지 않는 이 시대야말로 시대의 아픔이다.

 이러한 현실 앞에 서 있는 우리들은 웃음이 나올래야 나올 수가 없는 것 같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까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나라 전체가 코로나19의 공포와 불안에 휩싸여있다. 사람들은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서로 마주하는 것조차 꺼리고 모임이나 행사 등의 연기와 취소로 지역경제는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우리의 얼굴에서 그나마 남은 웃음마저 거둬 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국민에게는 위기상황 때마다 서로 함께 돕고 뭉치는 저력이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 경북에는 ‘힘내라 대구 경북, 힘내라 대한민국’이라는 진심 어린 응원 구호가 대구, 경북도민들에게 힘을 보태주고 있다.

 전국각지의 의료진들은 자원해서 대구로 향하고 확진자들의 의료봉사에 구슬땀을 흘리는가 하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각계각층에서 나눔의 행렬이 이어지는 것을 볼 때 우리 얼굴에 다시 웃음을 짓게 한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다’라는 말은 불변의 진리다. 이럴때 일수록 위기를 기회로 삼아 사회통합을 이루고, 이번의 코로나19 사태가 우리나라의 완성된 방역 시스템을 갖추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듯 다가오는 봄과 함께 그동안 숨겨두었던 우리들의 웃음, 대한민국의 넘치는 에너지를 회복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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