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웅 칼럼] 잉여(剩餘) 공무원

승인2020.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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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소웅 경남언론포럼 고문

 얼마 전 서울에서 발행되는 모 신문에 전면을 차지하는 통광고가 나온 적이 있다.

 그 내용을 보면 ‘공권력의 횡포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정책’을 펴 달라는 호소 광고였다.(2020년 1월 31일자 신문)

 대형 통광고를 낸 진정인은 강릉노동청 관내에서 조그마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심 모(52) 씨로 2018년 1월부터 근로감독관이 최저임금이행 조사를 나와 부녀자에게 제대로 실천하지 않으면 구속하겠다고 협박을 하자 심 씨가 이들 근로감독관을 협박죄로 고소를 했더니 3년 동안 시행했던 근로계약관계를 샅샅이 뒤진 뒤 2000만 원이란 과태료를 부과하고도 10번 이상이나 출석요구서를 발부해 괴롭혔다는 광고였다.

 이처럼 공권력을 행사하는 공무원의 파렴치한 행위를 응징해 줄 것을 호소한 바 있다. 또한 심씨는 전국에서 공무원들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은 이번 광고의 취지에 동참해 줄 것도 아울러 호소하고 있는 광고였다.

 그 광고 속에는 근로감독관이 얼마나 무시무시하게 행동했는지 자세하게 기록하면서 민주국가에서 실행되고 있는 파렴치한 행동을 과감하게 응징해 줄 것을 호소한 것이다.

 언제나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영혼이 없는 행위를 하는 데는 이골이 난 사람들이다.

 그러나 민주국가의 발전과정에 겪어야 할 시행착오는 수많은 변혁과 절차적 정의가 정당하게 실현될 수 있도록 진화, 발전돼 왔다.

 지난 80년대 이후 우리 사회내부도 수많은 갈등과 권력 횡포의 소용돌이를 몸소 겪으면서 건강하게 법질서가 유지될 수 있도록 제도화된 바 있다.

 또한 공무원의 전형적인 관료주의적 병폐가 많이 개선 된 것도 사실이다.

 지금은 어느 관청을 가도 친절하고 민원인에게 무엇인가를 솔선해 도와주려는 마음자세를 갖고 있는 것이 요즘 공무원사회의 건강한 풍속도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번 신문광고 내용만 보면 아직도 민원인들에게 군림하면서 너무 고압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공무원이 있다는 사실도 분명하다.

 마치 일제시대 칼 찬 순사의 행세(?)를 하는 쓸개 빠진 몇몇 공무원 때문에 전체가 무더기로 비난을 받는 경우가 있다.

 또 경기도에서 인테리어 사업을 하는 김 모 씨(57)가 지난해 1월 구청을 찾아가서 ‘세대 구분 공사’를 하기 위한 허가 신청서류를 내자 까닭도 없이 핀잔을 주면서 서류를 접수해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씨는 4년 전에 국토교통부에서 ‘세대구분지침’을 내놓으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장려한 프로젝트임을 호소했으나 소용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 서울 서초동에 사는 정 모 씨(62)는 이웃집 쓰레기 때문에 해당 구청과 주민센터에 ‘무단 적치물 제거와 통행방해 행위 시정조치’를 요구했으나 5일 동안이나 뺑뺑이만 돌리고(2020년 1월 기준)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2002년부터 세계최초 전자정부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해 유엔이 평가하는 전자 정부 순위에서 지금까지 연속적으로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인구가 쪼그라드는 지방의 중소도시조차 전자시스템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공무원의 일손을 많이 도와주고 있는 현실임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2016년 말 일반 행정직 공무원의 전국 숫자를 보면 25만8820명이던 것이 2019년 6월 말 28만4101명으로서 2년 6개월 만에 2만 명이나 늘어났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17만 명 공무원들을 더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도 밝혔듯이 모든 행정업무에 전자시스템이 가동되면서 일부 공무원들은 일감이 없어 빈둥대면서 업무시간에 PC로 영화를 보거나 드라마를 보고 인터넷 쇼핑까지 하는 공무원들이 상당수 곳곳에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국 시·군 152곳 가운데 지난 5년간 인구가 급격히 감소해 행정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지자체 59곳(전체38.8%)의 공무원들은 할 일이 없어 이른바 ‘잉여공무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렇게 할 일이 없는 공무원이 늘어나자 어느 지방 기관장은 11시에 출근해 점심 먹고 2시간 낮잠 잔 뒤 오후 4시면 퇴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어느 시골 사무소에는 하루 종일 있어도 민원인 하나도 찾아오지 않는데 18명씩이나 배치돼 바둑이나 장기판으로 소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관료적 근성은 몸에 배서 그런지 민원인들에게 고압적인 자세로 대하면서 음성적으로 권력의 횡포를 부리고 있는 경우가 아직도 자행되고 있다는 것은 공무원의 부도덕성을 보여주는 행위인 것이다.

 그리스가 왜 몰락했으며 아프리카 가나의 공무원 인플레이션은 국가경제 발전과 시민사회 발전에 걸림돌이 된 역사적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할 일도 없으면서 빈둥거리는 공무원을 먹여 살리는 것은 국민 간의 냉소주의를 낳게하는 원인임에 틀림이 없다.

 전국의 납세자 연맹이 지난 2017년 공무원의 평균소득과 복리후생비 등을 따져봤더니 한 사람당 연평균 1억799만원이 든다는 평가보고서가 나온 바 있다.

 각 지역마다 계속해서 인구가 줄어들어 축소사회로 진행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잉여공무원은 없어져야 한다.

 그것도 공적인 권력에 부여된 임무를 사적(私的)으로 남용하거나 국민을 괴롭히는 룸펜(lumpen) 공무원은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

 관료근성에 젖은 채 칼 찬 순사 행세나 하는 공무원이 늘어난다면 사회는 반드시 몰락하거나 변혁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쳤던 사실을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한다.

 

/경남연합일보  abz3800@gn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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