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웅 칼럼] 언택트(비접속) 사회의 완성

  • 입력 2020.03.23 14:17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소웅 경남언론포럼 고문.
▲ 박소웅 경남언론포럼 고문.

 혼밥, 혼술, 혼잡 등 이상한 말이 젊은 Z세대의 아이콘이 된지 오래다.

 남과 접촉(contact)을 피하거나 처음부터 혼자 생활하는 비 접촉인 언택트(Untact)의 삶이 점차 사회를 점령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미래학자인 제레미 리프킨(Geremy Rifkin)은 이미 ‘소유’의 종말이 왔다고 선언한 바 있다.

 시장(市場)은 네트워크에 자리를 내주면서 소유는 접속의 시대(The Age of Access)로 바뀐다고 예언한 바 있다.

 경제의 중요한 특징인 ‘판매와 구매자’간의 재산교환은 네트워크 관계로 이뤄지면서 ‘재산’을 빌려 쓰거나 일정한 회비를 내고 단기 사용권을 이용하는 이른바 클라이언트(소비자) 접속 관계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젊은 사람들은 악착같이 재산을 모으는 성실형이 아니라 간단하게 빌려 쓰거나 가입비를 내고 재산의 일부를 잠깐 동안 빌려 쓰는 경제 활동인 ‘단일형’으로 바뀌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많은 사람과의 접촉과 그 속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갈등과 불안을 피하면서 자기 혼자만의(Untact) 삶의 영역을 구성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이미 재산의 유통시장에서 교환되는 빈도가 크게 줄어들면서 가입비나 회비를 내고 재산의 일부를 사용하는 권리를 갖는 이른바 ‘접속의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생활의 4.0이란 경제구조를 형성하면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지 않아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모든 생활방식이 해결되는 새로운 환경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젊은세대-Z세대-들의 폭발적인 개인화 추세는 선배들이 걸어왔던 ‘싸가지’ 없는 길보다 후배들은 4차산업 혁명에 맞는 ‘신선한’ 생활패턴을 확장하고 있는 셈이다.

 공자가 논어 ‘자한편’에서 ‘후생가외(後生可畏)’란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말은 후배들은 젊고 기력이 왕성해 쉬지 않고 배우니 그 진보의 깊이가 가히 두려워 할 만 하다는 뜻이다.

 ‘꼰대’ 소리나 들으면서 제 잇속이나 챙기는 선배들보다 시대를 지도하고 시대를 개편해가는 젊은 후배들이 지금은 두렵게 느껴지는 상황까지 온 셈이다.

 창창한 나이에 창업했다가 실패했을 때 선배들은 그 실패를 관용하거나 재도전의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에 목을 맨 채 이전 젊은이에게 가혹한 역사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성공이란 공식을 놓고 해석하는 반면 한 번 실패해도 수많은 부정적 환경을 개선해가면서 성공하고 있는 젊은이들은 결국 선배를 부정하고 외면한 채 이들과의 대화나 접촉을 피한 채 비접촉(Untact)이란 정신세계를 가꾸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최근 젊은이들은 사람과 사람 간에 있어야할 사회적 규범의 공간을 모두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해결하기 때문에 공동의 대화나 토론은 처음부터 끈질기게 외면하고 있다.

 이들 젊은이들은 가성비나 품질보다는 개념(Concept)의 내용을 찾는 방법에 몰두하고 있다.

 이를테면 직관적 미학(美學), 순간적인 느낌, 가볍고 헐거운 개념들이 중심이 되지만 좀전처럼 구구절절 원인분석과 대응 그리고 기승전결(起承轉結)에 따른 도덕적 규범을 처음부터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젊은이들은 생각의 만물혁명이라할 수 있는 이른바 통합적 지능형(Cyber Physical System)을 구축해가고 있다.

 한마디로 모든 생활의 방식을 ‘다르게 생각’하면서 극단적 개인주의를 설계해가고 있다.

 이들 젊은이들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셀카에 의존하는 디지털세대의 원주민(原住民)이기 때문에 감각적 이미지나 직관적 감성에 능숙한 이들을 과거 80년대식 생활규범을 적용시킨다면 소쿠리 속에 든 메뚜기가 될 수 없다.

 이들은 그저 간단하고 보면 좋고, 순간적인 것만이 생활의 전부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삶의 과정을 엄숙하게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혼밥, 혼술, 혼잡을 한다고 이들의 생활을 폄하할 수는 없다.

 심지어는 ‘언택트 마케팅’에서는 생필품은 물론이고 수천만원짜리 자동차도 현물을 인터넷으로 보고 구매해 배달을 받는가하면 남이 있는 영화 감상 장소나 남이 쓰던 의자는 처음부터 외면하는 소비패턴을 보이고 있어 회사마다 온라인 사업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이처럼 언택트 사회로 급격하게 진행하자 이들의 소비패턴을 연구하는 이른바 언택트 컨설팅회사가 크게 유행하고 있다.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시대에 맞게 변화되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독일의 관념 철학자 헤겔(F.Hegel)은 새로운 사회형태의 변화는 또 다른 사회형태-변증법-를 가져오기 때문에 하나의 진리만이 존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저작권자 © 경남연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