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웅 칼럼] 시켰노라, 왔노라, 먹었노라

  • 입력 2020.03.30 18:25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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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전 세계는 방역 비상에 다른 국민 총동원령을 내리고 있다.

 이태리 경우는 길거리에 나다니는 시민을 체포하거나 강제로 돌려보내고 있는가 하면 프랑스는 3명 이상 모이지 말고 전 학교는 휴교령을 내리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세계에서 가장 긴 국경인 미국과 캐나다가 30일간 국경을 폐쇄시키는 등 국가마다 군인까지 동원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전면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3월 6일 기준 37개국으로부터 입국금지 조치를 당하고 있지만 국경을 봉쇄하지 않아 매일 6000여 명 외국인이 입국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 3월 22일 기준 30만 명 외국인 감염 확진자와 1만 300여 명 사망가 나오고 있어 항공방역 업무에 70여 명 공무원이 투입되고 있다.

 이런 비상시국이 되자 국내 각 지역마다 ‘사회적 거리’ 유지는 물론이고 3명 이상 모임을 기피하거나 아예 바깥 출입을 삼간 채 매일 집에만 있는 또 다른 부작용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이른바 삼식이(삼시 세끼 밥 먹는)를 비롯해 집돌이, 집순이가 부대끼면서 가족 해방구가가 없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퍼지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먹방 신드롬이 가정에 퍼지면서 ‘찬스비만’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원인 중의 중요한 하나가 방송의 이른바 먹방 프로그램이 큰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금 다채널, 다매체에서 시청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TV방송 채널은 무려 400여 개가 훨씬 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테면 ‘한국인의 밥상’을 비롯해 ‘맛있는 녀석들’, ‘닥터 셰프’, ‘알토란’, ‘백종원의 골목식당’, ‘식객’, ‘아시아 맛기행’, ‘웃고 떠들고 맛있는 하우스’ 등등 TV방송만 틀면 어느 한 곳 성한 곳이 없이 음식판이 벌어지고 있어 가뜩이나 집안에만 머물고 있는 경우에는 자연히 방송의 먹방프로그램에 눈이 가게 되고 그것에 유혹돼 평소에 안 먹던 음식도 시켜먹게되면서 급기야는 심장에 무리를 가하는 ‘찬스비만’족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이같은 폭식증 환자가 늘어나면서 먹방으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다.
 2018년 통계청이 15세 이상 천명의 성인남녀 비만율을 조사해봤더니 남성이 28.5%, 성인여성이 23.8% 등 전체인구 29.2%가 비만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오래 앉아 있어서 일하는 습관과 운동부족, 고열량의 식사를 계속할 경우 비만율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다 외로움이나 가족간의 스트레스까지 겹치면 허기가 생기게 되는데 방송에서 매일 맛있는 닭튀김이나 떡볶이, 곱창구이 등의 화면이 나오면 그런 음식을 먹고 싶은 욕망이 나오게 된다. 이런 현상을 ‘동일성 효과(Cohort effect)’라고 한다.

 이런 현상은 자기 스스로 음식방송을 보고 자기결정권을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개별성(individuality)을 갖기란 어려워서 자연히 노예의 길을 가서 끝내는 음식을 시켜 먹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자기 자신도 모르게 음식을 찾게 되고 또 집안에만 있을 때는 과식하는 것이 일상화되면서 급성 비만형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의 행동과 자기행동을 함께 맞추려는 의식을 심리학에서는 ‘카멜레온 효과’라고 하는데 다른 사람이 먹는 음식을 자연히 자기 자신도 따라먹게 되는 무의식적 작용이 나타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과식을 부르는 또 하나의 원인은 수면부족으로 인한 과도한 식욕촉진 호르몬이 준비됨으로써 자신도 모르게 음식을 찾게 되고 과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다 달고 기름진 맛과 냄새를 관성적으로 마음에 품게되는 악순환을 고정적으로 갖게되는 배부른 돼지의 습성을 갖도록 스스로가 결정하게 되는 습관을 반복하면서 온갖 음식을 찾게 된다고 한다.

 무엇보다 매일 방송에서 보여주는 그 화려하고 맛깔스런 화면을 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그 음식을 찾게 되는 데다 속삭이듯이 접근해오는 수많은 음식의 습격에 따라 시나브로 비만에 빠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방송화면의 특성은 ‘연속성과 확장성’에 있기 때문에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크게 클로즈업해서 시청자 앞에 내 놓으면 자연히 그 음식에 대한 욕망이 나타나게 된다. 이때는 직장에서보다 집안에 있을 때 더욱 자극적 욕망에 사로잡혀 음식을 주문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미디어 학자인 토니 스발츠(Tony Schwartz)는 방송을 ‘제2의 신(神):The Second God’이라고 말하면서 방송의 동일성과 영향력은 어떤 매체보다 큰 힘을 가진다고 밝혔다.

 그것은 신(神)의 절대적 영향으로부터 가볍게 빠져나올 수 없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사람과의 접촉이 줄어들고 또 사회적거리까지 염두에 두다보면 자연히 집안에 있는 경우가 많아 지는데 매일 한 곳에만 있게 되면 불안과 스트레스가 쌓이게 될 때 자기 스스로가 자주적 개성을 찾는데 힘을 모아야한다.

 한번 비만에 빠지면 그 울타리를 벗어나기란 힘들 수밖에 없다.

 아무리 우렁찬 방송의 신(神)이 명령한다 해도 자주적 주체성을 가지고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될 수 있다는 진실을 알 때 자기 스스로가 가질 수 있는 삶의 몫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그것이 비만을 이기는 건강한 자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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