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웅 칼럼] (2보) 지원은 총선 뒤로 하라

  • 입력 2020.04.09 15:57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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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원은 지역의 대표인 동시에 국민을 대표하게 된다. 그래서 막스 베버(Max Weber)는 정치인은 반드시 “균형감각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금 정부에서 집행하고자 하는 18조원이란 돈은 긴급 재난 지원금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아무리 긴급을 요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해도 국회의원 총선거를 코앞에 두고 현금을 살포하는 것은 관료들의 자기합리화와 자유당 말기 금권타락 선거행위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죽어가는 자영업자를 구하고 굶어 쓰러진 빈곤층을 도와준다는 구실로 거액의 현금을 써 댄다면 이번 국회의원 선거는 순수한 선거요 정의로운 자유선가가 될 수 없다. 

 소금 먹은 놈이 물켠다고 자기에게 도움을 공공연하에 준 정부에 유리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이성을 가지고 옳고 그름을 판단해도 자기자신에게 혜택을 준 사람에게 은혜를 갚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이런 마음으로 투표장에 간다면 올바른 판단이나 이성적 결정에 의해서 투표행위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너무도 순박한 생각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정치는 집단적 권력에 따른 사익화(私益化)와 이념적 교조주의로 바뀌면서 포퓰리즘 신드롬에 빠진 채 이성적 자각마저 마비시키는 행위를 예사로 해왔다.
 그렇다면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총선 전에 현금을 살포하는 ‘조급하고 냄새나는 정책수행’은 금지돼야 한다. 실직자와 청년 일자리 지원 등도 국회의원선거가 모두 끝난 뒤에 집행돼야 한다.

 총선전에 이들을 구제하지 않으면 모두가 죽어 없어지는 허망한 일은 결코 일어날 수도 없고, 또 그런 핑계로 매표 행위 같은 오해를 받아도 안 된다.

 그와 같은 관료행위가 공공연하게 자행된다면 국민 사이에는 돌이킬 수 없는 ‘불만의 겨울(Winter of Discontent)’이 쌓이게 되고 이것이 사회를 불신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정당성과 순수한 자기결정권이 왜곡돼서 투표행위가 이뤄진다면 그 정치행위는 사상적 자유성과 탁월한 현실인식을 궁극적으로 실행했다고 볼 수 없다.

 자기결정권이 왜곡될 수 있도록 외부의 힘(돈)이 작용했다면 선거의 공정성마저 훼손당할 수 있는 역사성을 갖게 될 것이다. 헌법적 가치를 부정하고 공동체의 원칙을 배반하는 전근대적 관료행위는 즉각 중지돼야 한다.

 코로나19 국난 극복을 위한 비상 대책이란 이름으로 각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돈’ 살포를 못해 안달을 부린다면 이번 국회의원 선거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정치행위가 이뤄졌다고 말할 수는 결코 없을 것이다.

 세계에서 ‘거울’이 가장 많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어딜가나 거울이 없는 곳이 없다. 도처에 거울벽이다. 한번쯤 자기모습을 긴 거울 앞에 서서 바춰본 뒤에 투표장으로 가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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