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로등

  • 입력 2020.05.06 18:49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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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리는 곧게 펴고 절도 있게 머리를 숙여 도열해 있는 가로등을 사열하면서 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언제부터인가 당연히 그곳에 있었는데, 간혹 전구수명이라도 돼 불이 켜지지 않으면 비로소 우리는 불편함을 호소하게 된다.

 해가지고 뜨는 자연 현상처럼 켜졌다 꺼졌다 해왔으니, 여간 주의를 하지 않으면 그 존재를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의 무관심을 이유로 가끔은 고장을 일으키는 가로등에 게 따뜻한 눈길을 한번씩 주자.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면서 낮에만 할 수 있었던 일들이 밤으로 연장되면서 사회는 엄청난 속도의 변화를 가져왔다.

 가로등이 인류문명이 발전해온 통로를 개척해 왔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인체에는 혈관이 있어 그 속을 흐르는 혈액을 통해 산소와 필요한 영양소를 손끝에서 머리끝까지 공급한다.

 도로는 한 국가의 혈관에 해당하고, 그런 도로가 보다 원활하게 기능하도록 하는데 가로등의 역할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간혹 비행기를 타고 여행지역 공항에 접근하기 위해 선회 비행을 할 때 내려다보이는 도시가 단면도처럼 한눈에 들어온다. 중심 번화가는 마치 불꽃 화단처럼 환하게 빛나기도 한다.

 도시를 곧장 가로지르며 길게 뻗어있거나 거미줄처럼 주택가나 도심지를 이어주는 짧은 도로들이 복잡하게 얽힌 모습에서, 가로등이 그려놓은 도시의 규모를 가늠해본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자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으로 물리적 속도로부터도 잠시 비껴선 듯하다.

 도시의 거리는 물론 혼잡했던 도로들도 한산해 지면서 주위의 모습을 세심하게 돌아보는 여유가 생겼다는 분들도 있다. 아마 비어있는 밤거리를 지키고 있는 가로등 덕분일거다.

 사람들의 생산이나 소비활동이 줄면서 미세먼지나 탄소배출량이 비교될 정도로 줄었고 야생동물들이 자주 나타난다는 지구촌 뉴스를 접하면서 사람은 반자연적인 동물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사람의 5개 감각기관을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이라고 하는데 이중 노화가 가장 빨리 오는 것이 시각이라고 한다. 사람은 끊임없이 더 밝은 빛을 찾고자 하는데, 그 빛은 사람에게 빛을 빼앗아간다는 아이러니한 관계도 새겨 볼일이다.  

(2보=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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