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소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2500년 전 아테네 법정을 뒤돌아보며

  • 입력 2020.05.26 14:49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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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00여년 전, 그리스 아테네에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철학자인 소크라테스가 살고 있었다. 당시 권력층인 소피스트에게 모순과 무지를 일깨우며 광장에서 대화를 즐겼던 소크라테스는 그들에게 가시와 같은 존재였다. 청년들과 일부 지식인들은 소크라테스를 존경하고 따랐으나 소피스트와 보수주의자들은 그를 아테네 법정에 세웠다. 소크라테스는 ‘청년을 타락시킨 죄’와 ‘신을 믿지 않은 죄’로 사형선고를 받는다.

 “나는 지금 여러분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고 사형을 받기 위해 떠나지만, 그들(소피스트)도 진리에 의해 유죄 판결을 받고 흉악과 부정에 대한 처벌을 받기 위해 떠나갑니다. 나는 이것으로 만족스럽다고 생각합니다”며 마지막 변론을 남기고 소크라테스는 사망한다.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법정의 법을 받아들인 것은 지금까지 자신의 부모와 자식들을 지켜 왔고 자신 또한 보호 받으며 살아온 법을 자신이 사형의 위기에 직면했다고 해서 반대하고 비난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소신에서였다.     

 법은 ‘강제력을 수반하는 사회 규범’으로 ‘국민이 꼭 지켜야 할 사회적 약속’으로 정의되며 우리는 법이 우리의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현대인들에게 법은 상황에 따라서 지켜질 수도 어겨질 수도 있는 약속이 돼버렸다. 

 국정농단, 사법농단, 입시 비리, 인사채용 비리,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등 사회지도층이 저지른 대형사건을 겪으면서 시민들이 일상생활 중 접하는 경범죄처벌법이나 도로교통법 위반의 경우도 법을 경시하는 유사한 형태를 보인다. 명백한 범법 행위를 목격하고 집행하는 경찰관을 향해 ‘나는 법을 어긴 일이 없다’고 잡아떼며 단속 후에도 ‘세금이 부족해서 단속을 했냐’라는 등 비아냥거리는 모습 또한 단속현장에서 종종 경험한다.

 하지만 이런 어른들의 모습은 그들이 한 행위로 끝나지 않고 우리 아이들이 닮아간다는 것이 문제이다.

 코로나19 사태이후 대부분의 학생들은 집에서 온라인 학습을 하는 등 가정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일부 학생들의 경우 심야시간까지 친구들과 배회하며 ‘고성방가’를 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형이나 언니의 신분증을 휴대전화에 저장하고 다니며 식당 관계자를 속이고 술을 주문해 마시다 단속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고성방가’의 경우 경범죄처벌법 제3조1항21호, 음주소란의 경우 같은 법 제3조1항20호에 의해 범칙금 처벌을 받게 되고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업주가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입건된다. 물론 18세 미만의 미성년의 경우 법적으로 처벌을 할 수 없지만 엄연히 위법한 행위임에는 틀림없다. 대부분 자신들은 단속 대상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고 고의적으로 범법 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문제이다.  

 현재 우리 사회 지도층에서 보여주는 위선적이고 괴변적인 ‘법’ 경시 현상을 우리 청년들이 보고 배우며 자신들의 위법 행동을 합리화하는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 2500년 전 아테네의 법치를 위해 자신의 목숨도 초개같이 버린 소크라테스의 ‘악법도 법’이라는 말이 다시 생각난다. 물론 개인의 생명과 안녕도 철저하게 지켜져야겠지만 내가 속한 사회의 안녕을 조금이나마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면 자신의 잣대에 맞춰 법을 해석하고 악용하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이다.  

 반칙과 편법으로 얼룩진 사회의 어두운 터널을 걷고 있는 우리의 청소년에게 이제 솔선하는 모습의 모델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고성방가’로 동네를 배회했던 30, 40년 전 아버지들의 자화상이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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