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원 연가
한려수도 지도에서 펼쳐지던
고향 남해는 바다가 태반이란다
해삼과 멍게와 성게는 소라 미역과
하나의 강목이 아니라던 생물시간도
물 빠진 바다 돌 밑으로 돌 위에 널리던
남해에 나고 크던 집이 있단다
서로 보겠다 앞다투던 아이들도
바닷가에서 야단법석이면
그 요란함에 힘을 실어 멍게가 자라는지
아이들 조막손에 잡힌 소라까지
향도 요란스럽게 맛으로 배던 남해란다
어리던 내가 소녀로 자라난 동네는
해안선처럼 둥글던 뱃고동 소리로 나이를 드는지
온 마을에 박자를 닻줄로 맺던 아버지들이
마디마디 굵은 뼈로 맺힌 바다는
남해가 거반인 그리움이란다
지도에 없는 향수로 시를 쓰자고
지도를 펼치기도 전에 덮쳐오는
성게가시 투성이로 박힌 말은
남해바다에서 저 혼자 밀릴 미역에서
분이 피는
◆시작노트
꽃 보다 더 꽃 같은 섬에서 태어나고 자란 곳이 남해다. 남해는 고향이자 글을 쓰는 원천이며 나의 첫시집 동심원 연가를 있게 해준 모성이다.
◆곽인숙 시인 약력
2019년 시집 ‘동심원 연가’ (초판 4쇄 발행)로 작품활동 시작
시사모 동인, 운영위원
2019년 10월 시사모 ‘이달의 작품상’ 수상
㈜일양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