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소리] 아동 위해 만들어진 법, 얼마나 달라졌나?

승인2020.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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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성래 하동경찰서 읍내파출소

 기원전 2000여 년 전 바빌로니아 왕국의 함무라비법전에서 ‘아동’은 성인의 소유물로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와 로마의 세네카는 인구조절을 위한 수단으로 ‘아동’을 인식했다. 기원후 543년 제정된 비잔틴 제국의 유스티니아 법전에서는 부모가 자식을 팔 권리까지 허용하기도 했다. 

 물론 콘스탄틴 법전에 ‘아동살해 금지’ 조항이 포함돼 아동의 생명 경시에 대해 경각심을 주는 일부 조문은 있었으나 18세기까지 아동은 생존과 투쟁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는 무가치의 존재로 착취와 살해의 대상이 돼 왔다.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노동 수요의 증가와 값싼 임금으로 아동에 대한 이용 가치가 매우 높아졌다. 영국 등 유럽의 주요 국가에서는 부모가 아동을 사업장에게 팔아넘겨 하루 15시간 굴뚝이나 좁은 갱도를 기어 다니다 타 죽거나 질식해서 죽은 아이들도 많았으며 탄광은 4살, 모직공장은 6살, 면직공장은 8살부터 일하고 어른 평균 임금의 10분의 1도 받지 못하며 생활했다. 아동의 노동착취 문제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1802년 영국에서 ‘공장법’이 제정됐으나 법을 지키는 사례는 찾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1819년 면 공장 에서 17명의 소녀가 화재로 죽은 ‘앳킨슨 사건’으로 9세 이하 고용 금지와 16세 미만 12시간 노동 금지를 주요 골자로 하는 개정 등 수 차례 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산업현장에서 지속적으로 많은 아이들이 죽었다. 공장법이 완성된 1833년까지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사회 지도층의 탁상 토론과 이해집단끼리의 밀실 타협은 아동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책임회피의 전형이 됐던 것이다.  

 2020년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9세 의붓아들을 7시간 넘게 여행용 가방에 가둬 사망케 하는 계모와 9세 의붓딸의 손가락을 달궈진 프라이팬에 지지는 계부의 학대 등으로 최근 3년 동안 한 해 평균 30명이 넘는 아동이 사망하고 2만4000여 명의 아동이 상해 등의 피해를 입고 있으며 종속적이고 암수적인 아동범죄의 특성상 실질적인 피해 건수는 더 많을 것이라 판단된다.

 1961년 12월 ‘아동복리법’으로 처음 시행된 ‘아동복지법’과 2014년 시행된 ‘아동학대처벌특례법’이 2020년 10월 1일 개정되어 시행된다.

 60년이 지난 아동복지법과 6년이 지난 아동학대처벌특례법은 수차례 개정됐다. 그리고 2014년 아동학대처벌특례법 시행 이후 최근 5년 동안 132명(보건복지부 아동학대 현황보고서: 2014년 14명, 2015년 16명, 2016년 36명, 2017년 38명, 2018년 28명)의 아동이 사망했다. 

 2014년 법 시행 당시 서울시의 경우 8개의 아동보호기관에서, 경남도의 경의 2개의 아동보호기관에서 경찰관과 함께 출동해 사건처리를 하도록 했다. 진주, 사천, 하동, 남해 등 8개 서부경남 시·군의 경우 아동보호기관 1곳 6명의 인원으로 신고 접수, 현장 출동, 응급조치, 피해 아동과 가해자 상담 교육 등 과도한 업무를 감당해야 했으며 실질적으로 필요한 현장 개입 업무 수행에는 많은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올 10월 1일 법이 개정되고 나면 자치단체에 아동학대 사건을 직접 조사하는 전담공무원 5000명을 증원해 운용할 것이라고 한다. 민간기관이 맡고 있던 아동학대 사건을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이 전담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재발방지와 사례관리만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6년 전, 사회적 제반 환경이 전혀 갖춰지지 못한 상태에서 아동학대처벌특례법이 시행돼 아동보호전문기관 담당자로부터 “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부분이 너무 많다”는 푸념을 들었던 것이 생각난다. 부디 이번 개정으로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업무가 효과적으로 분화돼 가해자의 처벌뿐만 아니라 피해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제반 환경이 조성돼야 할 것이다. 

 법 시행 111일 전, 빈틈없이 준비하고 대비해 한 명의 소중한 어린 생명이라도 더 구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경남연합일보  abz3800@gn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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