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안
가까이하면 할수록
너는 희미해져 갔다
가만히 바라만 보고 싶어도
자꾸만 흔들거렸다
너를 읽어내리는 일은 늘
욱신거렸어
무심함을 어찌하지 못해
간밤도 나의 창가는 침침했어
꽃향기 같은 너를 만지려고 허우적거렸던 시간
두 개의 지구별 언어로 오도카니
너라는 오타를 써 내리는 해 질 녘
어디만큼 왔니
어디까지 올 거니
노, 안으로 오지 않는
흐릿한 너는.
◆시작노트
나이가 들면 누구나 겪게 되는 노안, 가까이에 것들이 잘 보이지 않고는 한다. 무릇 시력만의 일이 아닌 사람과의 관계 또한 그러함을 써 본 시이다.
◆박문희 시인 약력
경북 의성 출생, 경남 창녕 거주.
시집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로 활동 시작
공저:벗은 발이 풍경을 열다, 내몸에 글을 써 다오
시사모동인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