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웅 칼럼] 자식은 공깃돌이 아니다

  • 입력 2020.06.17 11:30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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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본성에 얼마나 잔인하고 악질적 폭력성이 있는 것인가.

 이번 창녕군 관내에서 일어난 9세 소녀 린치사건은 2년 동안이나 계속됐는데도 이웃에서는 알지도 못한 뒤 급기야는 목줄의 쇠사슬을 풀고 집을 탈출한 사건은 인간의 폭력성이 얼마나 잔인한가를 보여준 사건이다.

 A양은 부모(의붓아버지, 친모)는 벌겋게 달궈진 프라이팬에 아이의 손가락을 지지고 쇠 젖가락으로 발바닥을 찔렀다.

 이 바람에 손바닥 지문이 모두 없어졌다. 심지어는 목에다 쇠사슬을 감아 4층 꼭대기 테라스에 묶어두기를 예사로 했던 것이다.

 목에 자물쇠가 채워진 채 이틀을 견디다 부모가 잠시 사슬을 풀어준 사이 10m 지붕을 타고 옆집으로 탈출해 목숨을 건진 것이다.

 또한 청주에서 가방 속에 갇혀 죽은 9살 소년은 계모가 계획적으로 학대를 한 끝에 결국 죽고 말았다.

 인간이 얼마나 가증스럽고 잔인한 동물인가를 여실히 보여준 잔인한 인간 폭력의 전형이다.

 ‘계모’만 되면 전처의 자식들을 무슨 철천지 원수처럼 모두 죽여 없애야 속이 시원한 모양이다.

 한국사회의 이 같은 인간 타락의 행위가 예사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인간이 지켜야 할 도덕적 윤리감이 하나도 없다는 증거다.

 남이 낳은 자식을 ‘입양’이란 절차를 통해 서양이나 유럽 가정에서 훌륭하게 자라 그 나라의 장관(프랑스의 문화상, 한국출신)도 하고 국회의원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계모라고 해서 전처의 자식을 반드시 죽여야 속이 편한지 인간 본성의 근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유독 한국사회속에서만 계모가 전처 자식을 학대하는 것이 능사로 돼 있다는 것은 그 사회내부가 건강성을 상실한 채 극도의 이기주의적 몰염치 속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가방 속에서 죽어간 9살 소년의 그 처절한 고통을 우리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벌겋게 달궈진 쇠 프라이팬에 손바닥을 지져버려 지문이 하나도 남지 않았던 그 피나는 절규를 우리는 얼마나 알 수 있는가.

 소란만 피울 것이 아니라 사회 공동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

 이번 창녕 소녀 탈출사건과 계모의 온갖 폭력에 시달리다 죽은 9살 소년의 문제는 우리 이웃에 대한 ‘무관심’이 빚은 비극의 현장인 것이다.

 ‘창녕군’하면 경남 도내에서도 집성촌이 많아 이웃간의 왕래가 잦아 인정미가 넘치는 시골이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창녕군 전체가 욕을 먹게 됐다.

 인간은 실존(實存)적 인물이다. 인격적 존재론과 영원한 객체로서의 본질을 가진 존엄한 자유인이다. 이것은 태어나면서부터 부여 받은 인간의 고귀한 권리다.

 그러나 단순한 친모와 계모란 이름 때문에 자신을 손 안에 든 공깃돌처럼 제 멋대로 취급해서는 결코 안된다.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에게 부여된 생명의 근원을 부모라는 사람들이 제멋대로 취급해도 된다는 생각은 인격적 권리를 짓밟는 행위다.

 이런 인간성이 외면되고 악질적인 행위가 여기저기에서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것은 사회가 불안하거나 극도의 이기주의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나만 잘 살고 내 가족만 편하면 된다는 미성숙된 개인주의가 사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잔인하고 몸서리쳐지는 행위가 예사롭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인간에게 부여된 천부적 생명근원을 부모라는 사람이 제멋대로 취급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그 몰염치한 행위가 정당화되는 것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어린이를 학대하는 민법 제915조는 없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이웃 간에 벌어지는 이런 가증스러운 비극을 막는데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한다.

 9살 된 아들이 가방 속에서 죽어가고 9살 먹은 소녀가 손바닥에 지문 하나 없이 학대받은 사회 현실을 보면 소름이 끼친다.

 코로나19 예방도 좋고 경제 건설도 좋지만 이런 사회적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정의가 실현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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