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 칼럼] 유종의 미(有終-美)

  • 입력 2020.07.01 15:04
  • 기자명 /이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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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수 기자
▲ 이상수 기자

 경남도의회 개원 이후 최초 여성, 최연소 의장을 지내고 지난달 30일 임기를 마친 김지수 도의회의장을 두고 많은 사람들은 “김 의장은 충분한 ‘유정의 미’를 거둔 사람”이라며 떠나 보내기 싫은 표정들이 역력했다.

 일반적으로 좋은 정치가 자질은 이전의 왕이나 양반 관료의 자질과 동질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현대인들 사이에 청렴(淸廉)·근검(勤儉)·도덕(道德)·경효(敬孝)·등 덕목을 겸비한 관직자에게 주어졌던 호칭인 청백리(淸白吏)는 무한히 청렴한 기준을 제시하고 정치가들이 거기에 맞춰주길 바라고 있다.

 또 현대인들은 청백리(淸白吏)를 ‘국가’가 마땅히 따라야 할 정해진 ‘도덕률’을 구현하는 사람이 아닌 일을 잘하되, 부정부패하지 않고 권력욕에 취해도 힘을 멋대로 휘두르지 않는 사람을 일컫기도 한다.

 그러나 현대인들 바람과 달리 대부분 정치가들은 자신과 자신이 소속된 당의 이익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때론 ‘병맛’ 넘치는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김지수 의장 그는, 어땠는가? 임기 2년간 도의회가 불협화음으로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던가?

 또 의장이라는 감투를 쓰고 으스대는 꼴불견을 본 사람이 있는가? 지난해 6월인가 지역민들이 주체가 된 골프대회 피로연 때다. 김 의장은 한 동네 아주머니가 돼 이곳저곳으로 찌개그릇을 연신 날아다 주는 모습을 보았다.

 가슴이 뭉클했다. 저런 사람이 권위주의를 추구하는 정치인이 맞나? 내 스스로를 반문해보았다.

 그리고 김 의장은 권위의식을 모두 벗어버리고 큰 행사든 작은 행사든 초청만 하면 대개 거절 없이 행사장을 방문해 격의 없는 대화와 행동으로 참석자들을 편하게 해줬다.

 또 350만 경남도민의 안녕을 위해 도민과 집행부의 소통과 협치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도정 운영에 기여했고 재임기간 중 경남에서 나타나는 문제 현장을 꼭 찾아 그들을 위로하고 칭찬과 위로도 마다하지 않았다.

 의장을 맡은 지난 임기 2년간 경남도의회는 처음으로 양당 원내교섭단체를 꾸렸고, 원 구성도 가장 민주적으로 이뤄졌던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훈훈함이다.

 한마디로 김 의장이 소통과 협치를 잘 이끌었던 의회였다고 생각한다. 김 의장을 생각하면 조선 순조 때 암행어사이던 서유망이 떠오른다. 명망이 높은 가문에서 태어난 서유망은 순조 3년에 증광 문과에 갑과로 급제해 홍문관 부수찬(副修撰)으로 활동하다 1808년 전라우도의 암행어사로 파견됐다.

 전라도 암행어사로 임명된 서유망은 보성군 관내로 들어서자 백성들은 보성군수 권사억을 원망하는 소리로 가득했다.

 사정을 알게 된 서유망은 즉시 보성관아에 출두해 권사억의 죄를 다스렸다. “쌀에 웬 흙이 이렇게 많이 섞여있단 말이냐? 쌀 열 석을 뽑아서 지금 당장 되질을 해보거라”. 그렇게 해서 헤아려보니 1석의 곡식이 겨우 6두(斗), 7두에 불과했다.

 그동안 2만석이 넘는 곡식 중 권사억이 모두 빼돌려 3분의 1이 썩어있거나 빈 껍데기로 밝혀진 것이다. 곡식이 2만석 가까이 쌓여있지만 실속은 하나도 없었다.

 서유망은 사건 해결 뒤 암행어사 소임을 다 하고 그냥 떠날 수도 있었지만 손수 당사자들을 엄벌하고 조사과정을 상세히 조정에 알리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를 지켜본 인근 고을 사또들은 ‘잘하지 않으면 안되겠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고 백성들에게는 ‘유종의 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줬다.

 지난달 30일 의장으로 ‘유종의 미’를 보인 김 의장은 후반기 도의회에서는 평의원으로 돌아가 열심히 활동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아울러 대통령선거와 관련해 지역구인 창원시 의창구에 새로운 민주 정부가 탄생하도록 하는 역할을 자처했다. 그리고 4년 뒤 차기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20년 후 정치를 앞당겨 실현했던 것처럼, 떠나보내기 아쉬운 사람이지만 4년 뒤 김 의장 역시 국민이 바라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또 한 번의 ‘유정의 미’를 기대해 보자’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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