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막커튼’
빛을 삼켜버린 정적이다
굵은 어둠
주름마다 차단이다
분수처럼 내면만 적시고
침묵은 어떤 변명도 없다
닫아 놓은 기억이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걸어 나가는 새벽
순간
과거를 여는 빛
차단기 너머 단호한 날이
오고야 만다
어둠이 잠시 빛에 버물려져
맵기도 달기도 하다
내면에 갇힌 감동이 들썩인다
빛을 가두어
시간까지 가둔 어제가
나다 그런 나다
◆시작노트
창문마다 암막커튼으로 바꿔 달던 날, 빛을 모조리 차단하는 커튼을 바라보면서 문득 지나온 어제들을 생각했다.
후회나 미련으로 얼룩진 기억들이 먼저 떠올랐다.
알아버렸다.기억은 빛처럼 차단할 수 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최소정 시인약력
2019. 시집 ‘타로카드에 들키다’로 작품활동 시작
2020. ‘시와 편견’으로 등단
시와편견 작가회 회원
공저 ‘돌을 키우다’, ‘내 몸에 글을 써다오’, ‘나비의 짧은 입맞춤’.
시사모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