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학폭위원’ 개선이 필요하다

  • 입력 2020.08.05 12:25
  • 기자명 /이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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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수 기자.
▲ 이상수 기자.

 지난 6월 19일, 김해 대동면 한 초등학교 4학년생 친구 4명이 장난을 치며 놀다 A군(피해자)은 친구 B군이 엉덩이를 차는 바람에 넘어져 이마에 2바늘을 꿰매는 상처를 입었다.

 이후 6월 21일, 이번에는 A군이 C군과 부딪혀 넘어지면서 오른손 엄지손가락에 금이가는 사고를 당했다.

 피해학생 A군 어머니 아무개 씨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학교를 방문, 교장선생님께 “B·C·D 가해 학생들이 1년전 부터 우리 아들을 괴롭혀 왔다”며 격앙된 어조로 항의 하는 바람에 학교는 어쩔 수 없이 ‘학폭위’에 신고를 했다고 한다.

 학교폭력사건의 진행 순서를 보면 사건 발생 후 → 피해자 학부모 신고 → 학교측 사실조사, 긴급조치, → 폭력대책자치위원회 개최 → 처분결정 → 피해자 및 가해자 재심 청구 → 피해자 및 가해자 행정심판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1차적 문제는 학교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18년 11월, 교육부는 정책숙려제에 앞서 경미한 학교폭력의 경우 학교장에게 자체 종결권한을 부여하는 개선안을 제시하고 학교폭력 조사 후 학교장이 판단해 경미한 경우는 ‘학폭위’로 넘기지 않고 자체 해결토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교육부 안에는 사소한 학교폭력을 저지른 가해학생의 경우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는 방안도 담았다. 

 그렇다면 이 초등학교 교장 입장에서는 A군 어머니 아무개 씨를 의식해서인지 교육부 방안을 적극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신고 이후에도 학교측 화해 노력으로 ‘학폭위’를 열지 않으려는 생각이 있었다면 ‘학폭위’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란 것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2차적 문제는 학폭위원들의 자질 문제를 꼽지 않을 수 없다. 4학년이면 이제 10~11살 정도의 지각없는 아이들 아닌가? B·C·D 가해학생들은 진술서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선생님이 불러준대로 적었다고 한다.

 이런 어린이들을 향해 한 학폭위원은 부모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성인 범죄 가해자 다루 듯 “너희들 어른 같으면 교도소에 당장 구속감이다”라며 아이들이 이 사건에 대해 잘못이 무엇인지 일깨워주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는 커녕, 위협적으로 언성을 높여가며 아이들을 궁지로 몰아세우는 행동은 학폭위원의 자질을 의심케 했다는 것이 후일담이다. 

 또 학폭위원의 이같은 언성에 가해학생부모들은 무조건 “잘못했습니다”라고 용서를 구하는 모습에서 아이들은 더욱 주눅이들어 하지도 않은 행동들을 시인했다고 한다.

 이 사건을 대하면서 ‘학교’와 ‘학폭위’는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고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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