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웅 칼럼] 우울증에 걸린 국민

  • 입력 2020.08.24 15:11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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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우리나라는 연성(軟性) 파시즘 사회로 가고 있다.

 독일 히틀러식 강성 나치즘은 아니라도 이와 비슷한 연성 나치즘 정치체제로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이라든가, 다수당의 독재적 횡포라든가, 사유재산의 일부를 감시케 하는 등 자유민주사회 속에서의 시장경제 논리와는 완전히 다른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자 일부 국민들은 나라를 등지면서 외국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지난해(2019년) 한국을 떠나 해외로 이적한 국민의 숫자는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최대로 많은 이민자가 기록됐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해에 1590명이 정부에 ‘해외이주신고서’를 접수시킨 바 있다. 2016년에는 455명이던 이민자 수가 2017년에는 1294명으로 늘어난 뒤 2018년에는 1498명으로 늘면서 조국을 미련 없이 떠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서울에 있는 중산층들도 10~20억 대의 아파트만 있으면 팔아서 외국으로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강남에 있는 좋은 아파트를 가진 사람을 겨냥해 3년간 20번이 넘게 정책을 바꾸자 이민을 가겠다는 사람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경제활동 인구가 줄어들어 인구 증가율은 OECD국가 중 꼴찌(32위)로 임산부가 1년에 애를 낳는 확률은 0.94명에 불과해 결국 1년에 어린이를 한명도 낳지 않는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여기다 젊은 파이어족(Fire)들은 처음부터 결혼은 염두에 두지 않고 오직 40대 이후 생계에만 신경쓰면서 한잔에 4000원 하는 커피도 마시지 않고 피나게 저축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한국은 정치적, 사회적 불안이 겹치고 점차 독재적 정치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하자 ‘항불안제약’을 복용하는 사람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현재 국민 8명 중 1명(전체인구의 660만명)이 지난 한해동안 ‘항 불안제 의약품’을 복용(식품의약품안전처 통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항 불안제 의약품을 처방받은 이유는 사회적 불안 같은 장애를 앓거나 우울증에 빠진 사람들이 전체 국민 6명 중 1명이 이 약을 먹고 있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가 불안해지고 정치권의 횡포와 독재적 권력행사가 예사로 이뤄지면서 토론 없이 일방적 정책수행만이 매일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국민은 불안해지고 급기야는 나라를 떠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윤희숙 국회의원(통합당)은 그의 책 ‘정책의 배신’에서 “왜 이런 사회적 불안이 가속화되는지를 젊은이들이 질문하는 것을 포기하고 있다는데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왜 사회가 불안하고 왜 정치가 독재화되는 지를 젊은 사람들이 아무런 저항이나 실천적 질문을 할 수 없게 정책 당국자들이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 행위를 매일 감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리히 프롬(1900~1980)은 그의 책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적극적 자유를 외면한 채 소극적 자유를 허용했기 때문에 히틀러의 광기가 허용될 수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는가 하면, 1958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I. 벌린(Berlin) 교수는 이 두 자유개념을 실천하지 못하면 이른바 ‘결핍된 열정’ 때문에 거대한 독재 행위가 가능해지는 파시즘을 만들어 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처럼 나라가 점차 불안해지고 불안증 해소를 위한 약물 복용자가 늘어나면서 조국을 떠나는 이민자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현재의 사회현상이 무엇인가 잘못돼 있음이 분명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여기에다 오늘의 현실을 날카롭게 바로 봐야 할 젊은이들은 제 살길이 바빠서 ‘왜’라는 질문을 하는 것을 잃어버린 것이 한국 사회의 비극이다.

 나라가 불안해지면서 아무런 반대의견도 허용하지 않은 채 전체주의적 집단 광기가 점차 사회 내부를 파고들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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