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함사사영(含沙射影)

승인2020.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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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종욱 기자

 동한(東漢)시대 서기 100년경께 허신(許愼)이 편찬한 설문해자(說文解字)의 훼부에는 전설 중의 괴물을 뜻하는 역(或)이라는 글자가 수록돼 있다.

 이 책의 해설에 따르면, 역(或)이라는 괴물은 자라의 모습인데 다리는 셋뿐이고, 입김을 쏘아 사람을 해친다고 한다.

 청대(淸代)의 왕균(王筠)이라는 학자는 이 역(或)자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다음과 같은 주석을 달았다. 

 ‘일명 사공(射工), 사영(射影), 축영(祝影)이라 한다. 등은 딱딱한 껍질로 되어 있고 머리에는 뿔이 있다. 날개가 있어 날 수 있다. 눈은 없으나 귀는 매우 밝다. 입안에는 활과 같은 것이 가로로 걸쳐 있는데 사람의 소리를 들으면 숨기운을 화살처럼 뿜는다. 물이나 모래를 머금어 사람에게 쏘는데(含沙射人), 이것을 맞으면 곧 종기가 나게 되며(中卽發瘡), 그림자에 맞은 사람도 병이 나게 된다(中影者亦病).’

 함사사영(含沙射影)이란 ‘모래를 머금어 그림자를 쏘다’는 말로‘암암리에 사람을 해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이는 떳떳지 못한 수단으로 남을 해치는 이들에게 잘 어울리는 표현이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의 일상(日常)은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조직 간의 회식이나 모임, 정겨운 사람들과의 만남이나 그리운 사람들 간의 교류를 위험해 하는 지경에 이르러 버렸다.

 그럼에도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은 우리 앞에 놓여져 있다.

 올해 추석은 예전과 비해 더욱 쓸쓸하거나 외롭게 돼버렸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나 지자체는 앞다퉈 고향방문 자제를 권고하고 있고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양로원이나 사회복지시설의 온정답지도 줄어들었다. 

 또한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나 그 상황에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은 더욱 이번 추석이 예전 같지는 않을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각박해지고 상호간에 소통이 되지 않는다면 서로를 위한 ‘Wifi’를 켜보자. 연결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내가 먼저 다가가서 ‘잘 지내고 있냐고.. 근황이 궁금했었노라’고 말해보자.

 코로나로 인해 서로간의 거리는 멀어질지라도 마음은 가까이하면 힘든 시기를 서로가 의지하며 이겨 낼 것이다.

 상대에게 혹시나 의도치 않는 잘못을 저질렀다면 지금 만나든지 전화를 해서 “그땐 미안했었노라”고 사과하자. 지금 사과하지 않으면…. 지금 인정하지 않으면…. 오래도록 부끄러워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마저도 망설여진다면 상대를 위한 블루투스(bluetooth)를 연결하자. 마음은 마음만이 만져줄 수 있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나의 언행에서 상대는 상처를 받거나 오해를 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나의 그 때 그 언행이 잘못으로 생각이 든다면 인정하고 사과해야 하는 것이다. 잘못에 대한 변명은 불신을 낳고 타인에게 미룬 다면 반드시 배척받게 되는 것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사랑은 결코 거짓일 수 없다. 제발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보자. 감사의 말을 입에 담는다면, 감사의 말을 두 귀로 똑똑히 듣게 될 것이다.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면 사랑하는 사람이 될 것이고, 좋은 생각만 늘 지니고 있다면 좋은 사람이 될 것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영원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비열하고 비겁한 존재로 여겨 질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다 안다…. 본인만 자기 자신의 잘못을 보지 못한다.. 주장(主張)은 근거(根據)가 있어야 하며, 팩트(fact)는 체크(check)돼야 한다. 또한 권리(權利)는 책임(責任)이 따라야 한다.

 필자는 독처무자기(獨處無自欺)를 신념처럼 살아가려 노력한다. 이 말은 “홀로 있을 때라도 자기 자신을 속이지 말라”는 말이다. 옛 선비들이 목숨처럼 여기는 말이다.

 살면서 선(善)하게 착하게 살기를 소원하고 세상에는 선하고 착한 사람들만 가득하기를 희망했지만 그게 기대와 달리 잘 그리 않는 다는 것을 세월이 흐르면서 더 느끼게 된다. 기본에 충실하고 상식적인 행동만 하면 되는데 그게 잘 되지 않는 모양이더라.

 비열함을 선의(善意)로 포장하고 찌질함을 정의(正意)로 착각하며 세상을 추하게 더럽히는 사람들이 있더라…. 세상에 선하고 착한 사람들을 기대하는 것보다는, 그저 상식적인 사람들이 많아지면 행복해지겠지만 그게 참 어렵게만 느껴진다.

 몰상식이 상식이 되면 모두는 불행해 진다. 남을 해(害)하는 잘못을 저지르는 인간들은 자기 자신이 정의롭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들은 다 아는데 자기만 올바르고 정의롭다고 생각한다. 하찮은 것들에 대한 웃음도 선한 사람들은 이제는 지쳐간다.

 민족의 대 명절 추석을 보내고 나면 넉넉한 마음들로 세상이, 산청이 좀 더 밝아졌으면 하는 기대는 욕심일까? 

 코로나19를 이겨내는 희망으로 세상의 모든 비열함과 비겁함과 찌질함을 이겨내자! 비열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찌질함을 인지하지 못하는 일부 사람이기를 포기한 자들 때문에 분노와 미안함과 부끄러움은 항상 우리의 몫이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서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고 배려하며 살자! 우리!

 함사사영(含沙射影)하는 어리석음과 비열함을 저지르지 말고 ‘서로’가 ‘서로’에게 ‘서로의 의미(意味)’가 돼줘 하고 ‘같이’의 ‘가치’가 더욱 소중해지는 한가위가 됐으면 좋겠다. ‘서로’와 ‘같이’의 의미가 더욱 깊이 새겨지는 추석이다.

 

/노종욱기자  nju@gn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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