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웅 칼럼] 초(超) 연결 사회의 낙오자

  • 입력 2020.09.28 13:06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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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2021년부터 각 은행에서 사용하고 있는 ‘종이통장’이 없어지고 자동적으로 스마트폰이나 앱으로 모든 은행업무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러자 대한노인회에서 지난 7월 5일  은행협회에다 항의서한을 보내고 스마트폰이나 QR코드 같은 것을 잘 이용할 수 없는 노인들에게 종전처럼 종이 통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요구한 바 있다.

 그러자 은행협회에서는 2021년 1월 1일부터 종이통장을 발급할 때는 소정의 수수료를 받겠다고 결정해 놓고 있다.

 60대나 70대 되는 노인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 노인들은 10대나 20대의 청년들처럼 스마트폰이나 앱을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없는 형편임에는 분명하다.

 정보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데 인공지능인 AI는 신문칼럼까지 쓰는가하면 중요한 인체 부위의 수술도 하고 있는 최첨단 세상에 와 있음을 속일 수 없다.

 특히, 1995년에 태어난 아이들은 2007년에 이미 12살이 됐는데 이 시기에 아이폰이 나왔던 것이다.

 이들은 이 때부터 아이폰을 손에 쥐고 세상과 만났기 때문에 소셜미디어를 일상적으로 완성해오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2006년에 ‘페이스북과 트위터’, 2007년에 ‘텀블러’, 2010년에 ‘인스타그램’, 2011년에 ‘스냅챗’ 등의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면서 성장했기 때문에 이들의 일상을 60대나 70대 노인들이 따라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다만 이들 소셜미디어 세대들은 한순간만이라도 ‘연결고리’가 끊어진다면 불안해지면서 생각의 틀을 확장할 수 없는 공포감을 갖게되거나 심한 강박관념에 빠지는 것이 사회적 문제임은 분명하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각 지역의 유명 식당들은 손님이 없지만 코로나사태 이전에는 좀 이름깨나 있는 식당에서는 스마트폰이나 앱으로 주문하고 요금을 결재하기 때문에 노인들은 이런 식당을 이용하고 싶어도 무엇부터 해야할지 몰라 그런 유명식당에는 가지 못하고 손쉬운 식당만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고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스마트폰 세계를 원망만 할 수 있는 처지는 못 된다.

 더욱이 비대면 사회-Untact Society-까지 주류 사회를 점령하면서 휘게(Hygge 행복감을 느끼는 상태의 덴마크 말)에 빠지게 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대 간의 격차와 삶의 진폭은 까닭 없이 휘청거리게 되고 남의 눈치나 실피게 되는 ‘정보미아’ 신세가 되는 것이 현재 노인들의 입장이다.

 이미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태블릿 PC 등을 이용한 일상 생활은 보편화 돼 있어 이런 첨단 기술을 익히지 못한 노인들은 정보사회 적응에 소외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스마트워크(Smart work, 정보의 유연성 활동)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노인들은 주관적 희망은 있지만 객관적 사회현상을 외면 할 수는 없다. 이런 사회적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이용에 맞는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무엇보다 각 지방 자치단체에서 첨단장비를 동원해 정책을 추진한다 해도 시골노인이나 도시의 고령자들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기술에 기반을 둔 채 정책 추진자들의 ‘확증편향’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자치단체들의 정책 추진 현상이다.

 따라서 이런 깜깜이 행정은 추진자가 아무리 첨단정책을 시행한다 해도 그것은 패거리 이익으로 끝나버리는 것이다.

 무엇보다 사회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미적(美的) 행복을 위하는 행정기관은 없고 자기선전이나 단체구성원들의 의제 셋팅으로 끝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상이다.

 2017년 1월 1일부터 프랑스에서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란 법을 시행하면서 첨단장비가 없어도 개인의 자유와 생활권을 보장해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런 법이 아직도 없다. 따라서 소외된 노인들은 정보의 격차 때문에 타인과의 연결도 더디고 미숙해서 더욱 천대를 받고 있다.

 이런 노인들을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정책 선전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정책을 이해하고 실천해 가는 주체적 당사자들이 호응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성실한 정책을 수행하고 싶어도 실천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포위돼 있다면 그 울타리를 깨야 한다.

 그것은 바로 정보사회의 낙오자를 하루 빨리 구하는 길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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