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소리] 경찰은 사회의 얼굴, 시민이 변해야 - 경찰관에 대한 이해 -

  • 입력 2020.10.13 13:15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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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00여 년 전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제자로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스승으로 살았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바빌론 원정 중 열병으로 죽자 아테네 시민들은 아리스토텔레스를 정치범으로 몰아 고소했다. 그리고 죄의 증거가 충분하지 않자 ‘신성 모독죄’를 물어 추방시켰으며 이듬해 오랜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에게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하는 몫을 주는 것’이 정의라고 했고 ‘공동체의 규범을 지키는 것’을 정의라고 했다. 그는 소수의 이익을 대변하는 귀족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으며 다수의 취향을 쫓는 민주주의도 반대했다.

 이렇게 모두를 비판하자 아테네 시민들은 소크라테스보다 더한 적개심으로 아리스토텔레스를 비판했다. 

 그리고 그의 시대는 정의를 판단하는 주체에서 여자와 아이들과 노예를 제외 시켰다.

 인류 최초의 법전인 함무라비법전이 가졌던 신분이 높은 공동체의 권리만을 옹호했던 생각에서 탈피하지 못했던 것이다. 

 지난 1883년 영국에서 9세미만 아동의 고용을 금지한 ‘공장법’이 만들어져 아동복지법의 모태가 됐고 1863년 미국의 ‘노예해방 선언’과 1870년에는 흑인 등 유색인종에 대한 선거권 부여됐으며 스위스에서는 1971년이 돼서야 법 개정을 통해 여성에게 선거권이 주어졌다.

 이와 같이 정의의 주체를 확대하려는 요구는 18세기 후반 이후 시작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나 소외받은 약자에 대한 편견과 편협 된 사고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생활 깊숙이 뿌리 박혀있는 것 같다. 

 가정폭력 신고 현장에서 외국인 부인을 둔 남편이 “내가 내 가족을 부양하고 있으니 욕을 해도, 폭행을 해도 참견 하지 말라”고 한다. “내가 낳은 자식을 내가 훈육하는데 왜 경찰관이 참견하냐”며 업무를 방해하거나 경찰관 폭행해 공무집행방해로 처벌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불법체류 노동자의 경우 자신의 이름도 알지 못하는 고용주 밑에 일하다 112순찰 차량의 경광등 불빛을 보면 비닐하우스 촌을 동분서주하는 해프닝을 경험하기도 한다.

 법 집행 현장에서 이와 같은 비이성적인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내가 낳고, 부양하고, 고용하고, 우리와 피부색이 다르다고 해서 그들을 우리사회의 일원에서 제외시킬 수 있을까? 2300여 년 전 살았던 아리스토텔레스가 우리 시대를 살고 있다면 대한민국의 경찰을 위해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경찰관은 법집행을 위해 이와 같은 다원화 된 사회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상식이하의 고루한 생각을 갖고 있는 시민들을 이해시키며 그 위반행위에 대해 죄까지 물어야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매 순간 정의로운 판단을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경찰관의 이런 역할은 상당한 전문성이 요구되며 이 역할을 단순하게 치부할 경우 시민들이 겪어야할 고통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하지 않겠다.

 오늘날 경찰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공정한 법집행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스스로 잘 못을 깨우치고 이해하도록 하는 선도의 의미까지 포괄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고대사회보다 복잡하고 다원화된 세상을 살아간다. 기득권이나 성인, 남성에 국한된 일률적이고 편협 된 사고의 세상에서 시민과 여성, 아동, 다인종이 함께 숨 쉬는 글로벌 세상을 살고 있다. 

 시민들은 ‘경찰은 사회의 얼굴’이라고 말한다. 시민이 바뀌어야 대한민국도 변하고 우리사회의 얼굴인 경찰도 달라진다는 나의 작은 소신이 우리의 현재를 변화시키는 작은 불씨가 된다면 좋겠다. 

 우리시대는 ‘부강한 대한민국’이라는 단어보다 ‘정의롭고 따뜻한 대한민국’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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