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웅 칼럼]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승인2020.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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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소웅 경남언론포럼 고문

 영화 ‘친구’에 나오는 말이다.

 곽경태 감독, 유오성, 주민모 등이 출연한 조폭영화로서 2001년에 800만명이란 관객을 불러 모았던 화제의 영화였다.

 조폭간의 세력다툼에서 주고받는 뼈아픈 대사이지만 지금 우리 현실을 보면 이 말이 주는 상징성을 빼놓을 수가 없다.

 정치인은 정치인대로, 행정가는 행정가대로, 교육자는 교육자대로, 사업가는 사업가대로 ‘마이 묵었다 아이가’란 말이 쉽게 나오는 것은 사회적 불신감이 너무도 팽배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조폭세계에서 주고받은 말이 이렇게 가슴을 치는 것은 입만 열면 ‘정의’를 달고 사는 사람들이 친일파를 척결하고 동학 농민군을 팔아 진영의 이데올로기를 확장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정치집단의 주장에 따라 모든 행위가 정당한 것이라는 기상천외한 진영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기들이 주장하면 역사의 현장이나 부정의 현장도 모두 바꿔치기해서 적과 동지를 갈라치기 한 뒤 단물만 빼먹으면서도 양심의 가책이나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5년 3월 27일 제정 공포된 법안인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인 이른바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있어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정부 예산만 빼먹는 데는 이골이 난 사람들만 사회 곳곳에 박혀 있다.

 지난 8월 20일에 구속된 운동권 정치꾼인 허모씨는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권에 앞장서다 쇠고랑을 찬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방송인 김모씨는 ‘뉴스공장’이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자기편에 유리한 사람들만 데려다 일방적 초법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어도 모든 것이 공정하다고 평가하는 것이 특정 정치집단의 논리인 것이다.

 또한 정부에 아부하기 위해 급조된 정보를 마치 진실인 양 보도했던 채널A 기자사건은 공개사과를 했지만 한 모 검사장으로부터 거액의 손해배상청구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까지 당한 것은 언론이 지켜야 할 진실의 현장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여기다 지금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는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 사기사건으로 고객돈 1조6000억원을 빼먹도록 권력 핵심부에 있던 ‘팀장’이 뒤에서 봐준 것이 낱낱이 들통나고 있어도 시치미를 떼고 있는 것이다.

 정말 낯 두꺼운 사람들이다. 이들은 염치나 부끄러움도 모르고 자기편에 서 있는 사람들이면 모두가 정당하고 합목적적(合目的的)으로 행동했다고 떼를 쓰는 것이 예사다.

 그렇게 때문에 아무리 법의 정당성이나 사정당국의 수사행위도 모두가 자기편에 유리한 일만하고 억지와 패악을 부려서 부당한 행위를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행정을 맡고 있는 장관이 이들 사기단에 속아 6억원이란 거액을 날리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있다는 것은 사회내부가 특정 집단의 난장판처럼 되고 있는 느낌이다.

 옳은 것은 옳다고 말하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바로 ‘파레시아(Paresia)’이다.

 절대권력 앞에서도 진실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가 바로 파레시아 인데 이런 용기를 처음부터 윽박질러 기를 꺾어 버리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정치현실인 것이다.

 아무리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롭게 한다 해도 자기편이 아니면 개인 신상까지 털어 협박까지 일삼는 패거리 정치권력은 이제는 과감하게 정리돼야 한다.

 386세대에서 사회요직을 독차지하다 말썽이 나자 586세대로 그 동력이 이동해왔으나 이념의 폭은 오히려 더 산만해지면서 진영의 장막은 더욱 넓게 퍼지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해 3월 영국의 유력 시사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지가 현 정부의 정치행태를 조목조목 지적하는 정치 칼럼을 쓰면서 ‘피포위(被包圍, Siege mentality)’ 의식이란 말을 썼다.

 이 말은 원래 적군에 포위된 상황을 말하는 군사 개념인데 이코노미스트지는 현 한국 정치 상황을 마치 ‘악(적)으로 가득찬 불합리한 세상에 둘러싸여 있어 성스러운 선구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편의 추종자들을 뭉치게 해야 하기 때문에 적과 동지로 갈라치기해 싸워야 한다는 논리로 가득 차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자기들의 집단이 위험에 빠지거나 부정행위로 말썽이 나면 모든 법과 질서를 지킬 수 없다면서 추정자들만 똘똘 뭉쳐 포위된 현상을 깨부수는데 앞장을 서고 있다고 신문은 분석한 바 있다.

 자기 진영이 공격을 받는다는 공포감을 조성하기 위해 피해의식을 동원해 모든 행동과 규범을 자기 진영 권력에 맞게 행동해 버리는 것이 바로 피포위 의식인 것이다. 오죽했으면 영국의 신문까지 현 특정 정치권력의 ‘내로남불’을 비꼬고 있겠는가.

 무엇보다 법이 지배하는 민주사회가 이룩돼야 한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지금 국민들은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를 곱씹고 있는 것이다.

 

/경남연합일보  abz3800@gn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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