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조현병 범죄 예방시스템과 현장의 괴리

  • 입력 2020.11.03 16:44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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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범죄 예방시스템과 현장의 괴리
- 조현병 범죄 예방시스템 이대로 좋을까?

 

 지난 2016년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2017년 울산 아들 노모 살인사건, 2018년 경북 영양 경찰관 치사 사건, 2019년 진주 안인득 방화 살인사건 등 우리사회에 ‘조현병’을 원인으로 한 사건이 지속 발생하고 있다. 

 조현병이란 망상, 환청, 와해된 언어, 정서적 둔감 등의 증상과 더불어 사회적 기능에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는 질환이며 2011년 정신분열병(정신분열증)이란 병명이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명칭을 바꾼 것이다.

 조현병관련 범죄의 증가로 국민의 불안이 높아지자 지난 2017년 5월 30일 정신보건법이 개정됐으며 정신질환자의 자의입원(제41조), 정신질환자의 동의입원(제42조),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제43조), 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에 의한 행정입원(제44조), 경찰관의 응급입원(제45조)으로 입원 절차를 분류했다.

 간략하게 정리하면 환자 자신의 자발적 입원과 보호자나 지자체의 비자발적 입원, 그리고 매우 급박해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경우 취하는 응급입원으로 절차가 구분되는 것이다. 

 2019년 진주 방화 살인 사건 이후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앞을 다퉈 정신질환자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고 보건복지부에서는 경찰청과 협업을 통해 야간·휴일 24시간 출동이 가능한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응급개입팀’을 개소해 전국 7곳(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경남, 제주)에서 운용 중이다.

 경남도에서도 2019년 6월부터 경남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내 ‘응급개입팀’을 만들어 야간·휴일 당직 4명의 인원으로 112신고 현장 출동한 경찰관을 지원을 하도록 했다. 

 올 초 경찰청에서는 진주 방화 살인사건 이후 월평균 행정입원 112.7%, 응급입원 83.1%가 증가했다며 ‘정신질환 범죄 대응 및 치료연계 강화계획’을 수립해 ‘자신 또는 타인에게 반복적으로 위협을 가하는 고위험 정신질환자에 대한 행정·응급입원 등 치료를 활성화하고 ‘응급개입팀’ 등과 연계한 현장 대응 매뉴얼을 통한 현장 대응역량도 강화해 왔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020년의 막바지인 11월 현재까지도 법집행 현장에서는 조현병 환자에 대한 ‘고위험성’의 1차적 판단과 책임은 현장 출동 경찰관이 오롯이 떠맡고 있으며 그 경찰관에게 ‘광역건강복지센터’ 와 ‘응급개입팀’이라는 용어 또한 생소하다.

 항상 대형 사건이 발생하면 무수하게 생산되는 매뉴얼과 임시방편으로 만들어진 기구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경찰청이 발표한 현장 매뉴얼은 1000가지(생활안전활동 100, 사건별 초동조치 200, 범인체포 및 언행 300, 기타 400)가 넘고 출동 현장에서 사건을 처리하는 경찰관은 2명이다.

 이런 현실에서 조현병의 고위험성에 대해 현장 경찰관에게 전문성 있는 판단을 요구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강제 입원시 발생하는 환자의 인권문제로 경찰관이 제소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19 이후 진단결과를 받지 못하면 입원이 불가해 병원을 찾기 위해 수차례 이동하는 112차량도 종종 볼 수 있으며 전문병원이 없는 지자체도 많이 있다.

 겨우 응급입원을 시켜도 3일이 경과하면 비용 등의 문제로 가족 동의를 구해 대부분 퇴원하며 안인득도 3년간 정신질환 치료를 받다가 치료를 중단하고 20명의 사상자(사망 5명, 부상 15명)를 발생시키는 방화 살인범으로 돌변했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입원도 중요하지만 퇴원 이후 사회 복귀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결국 우리 사회는 아직 고위험성 조현병 환자의 입원 절차 시부터 환자를 지속적으로 치료하고 보호하여 사회에 복귀시킬 수 있는 전반적인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국민의 정신건강과 관련된 보건복지 정책의 경우 보건복지부에서 맡아 전반적인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전문인력을 확보하여 환자의 인권과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면 좋겠다. 

 지난달 10월에도 고성 친모 폭행치사나 진주 친모 폭행치사 사건 등 조현병으로 인해 사람이 죽는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현재의 시스템으로 제2의 진주 방화 살인 사건을 막을 수 있을지 우리 모두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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