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웅 칼럼] 정치는 생물(生物)이다

  • 입력 2020.11.12 17:13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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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정치에 있으며 그 정치의 방향성에 따라 국가 발전의 기본이 결정되는 것이다.

 지금처럼 여당의 폭주 속에서 군소 야당들이 꼼짝도 못하는 정치현상은 독재 권력의 연속처럼 보인다.

 제3공화국과 제4공화국을 거치면서 수 많은 독재권력의 횡포를 이미 경험한 바 있다.

 그래서 야당은 야당으로서의 투쟁성과 선명성, 그리고 미래지향적 정치 지향점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세월이나 낚고 있는 강태공처럼 보인다.

 세월을 낚는 데는 세찬바람과 거친 파도까지 몸소 부딪치면서 새로운길(新作路)을 개척하는 의지가 있어야 하나 지금의 야당은 부당한 정치질서에 대한 도전도 없이 ‘기쁨조’처럼 행동하고 있다.

 양심과 상식이 통하는 소리를 내지도 못하면서 이불 속에서 만세나 부르는 신세다.

 그러니까 거대 여당은 야당쯤이야 얼마든지 ‘다스릴 수 있다’는 만용을 부리면서 궤변의 향연을 벌리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이 타협이나 상호존중도 없이 마구잡이로 적과 동지로 갈라치기하는 것이 다반사다.

 현재 한국의 정치역사는 자유와 정의를 쟁취해 온 피와 땀의 기록인 것이다.

 지금 그 기록의 현장이 부정되고 마모(磨耗)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김무성 전 대표가 이끌고 있는 정치단체인 ‘마포포럼’에서 지난 10월 22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강연하면서 현재 야당인 국민의힘에는 “상의하달과 탑다운식 전달방식 밖에 없어 거대 여당과의 정치적 투쟁은 처음부터 실천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니까 여론 조사에서도 야당인 국민의힘은 19.2%란 벽을 넘지 못한 채 여당의 두꺼운 이념의 벽을 뚫지 못하고 있다.

 여당은 무슨 문제가 생기면 모두가 전 정권의 탓에다 친일파와 보수 꼴통이란 부정적 틀(Frame)을 덧씌워서 유격다짐을 해도 야당의 주호영 대표는 도덕선생님 같은 소리만하고 있는 것이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무슨 극단적 이념주의와 날카로운 보수주의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수권(授權) 정당으로서 정권을 되찾겠다는 정치적 의지가 소멸되고 있음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이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지역 정당-경남당-이란 딱지를 달고 출범한 보수당이 7개월이 지날 때까지 30%의 지지도 받지 못하고 있어도 위기의식하나 느끼지 않은 채 웰빙정당으로 만족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치의 생물이 썩고 있다는 증거다.

 경찰이 코로나19를 핑계 삼아 차별을 만들면서 차벽을 계속 만들어 정치 집회를 가로막고 있어도 야당으로서 ‘쫀쫀한’ 항의하나 못한 채 엿가락 늘어지듯 한 없이 늘어져 버려 탁한 일상의 공기만을 마시고 있다.

 무엇보다 움직이는 힘이 있어야 그 힘의 원형질 속에 국민이 모이게 되는 것이다. 정치가 썩어서 제 힘도 가누지 못하는 집단에 국민이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피곤한 생각이다.

 경남도에서는 16개 선거구 가운데 여당 3곳-김해 갑, 을, 양산-과 무소석-김태호 의원- 한 곳 등 4곳을 뺀 12곳의 국회의원이 국민의 힘 국회의원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혁신운동이나 강력한 변혁 운동에 나서는 정치인이 보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일부시민들은 역사의 주체성을 보여줬던 마산 3·15의거 정신마저 찾을 수 없다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부정과 불의를 척결하기 위해 시민이 일어섰던 혁명적 민주정신이 날이 갈수록 쇠퇴해 버려 뜨거웠던 역사의 현장은 잊혀지고 있는 것이다. 부정과 불의를 척결하기 위해 싸웠던 변혁의 의지가 60년이 지나자 밤에 우는 바람처럼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다.

 현 정부 들어 온갖 부당한 정치 행위가 일어나고 있어도 야당이 명쾌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변죽만 올리고 있다.

 2017년 1월 23일 ‘한국 자유회의’는 불행하게도 자유대한민국이 유사 전체주의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사실을 발표한 적이 있다.

 무소불위의 국가 권력을 동원해 대한민국의 헌법에서 ‘자유’를 지우기 위한 온갖 수법이 동원되고 있음을 이 회의는 천명한 바 있다.

 여기다 정의를 부르짖던 시민들은 이미 한쪽으로 돌아 누워버린 채 정부에서 내어주는 ‘돈 맛’에 거친 손바닥을 비비고 있다.

 언제나 역사는 진행한다. 그 속에는 반드시 변증법적-정, 반, 합- 변혁의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역사의 순리다.

 무엇보다 모든 권력에는 종말(終末)의 씨앗이 들어 있는 것이다.

 정치가 썩고 권력이 오만해지면 그 종말의 씨앗은 더욱 빨리 자라 새로운 역사의 문을 열어온 것을 이미 경험한 바 있다. 무엇보다 선택된 자유와 명령의 행정 속에서 전체주의적 정치체제가 진행된다면 자유는 부정되고 헌법적 질서는 퇴색되고 말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야당은 야당다워야 하고 살아있는 권력의 궤변에 당당하게 맞설 때 정치는 살아 있게 된다.

 이처럼 살아 숨 쉬는 당당한 정치 행위가 이뤄질 때 국민의 반드시 싱싱한 정치 집단을 잊지 않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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