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위기의 조현병 환자 가족 - 왜 조현병 환자 가족이라는 이유로 죽어야할까?

  • 입력 2020.11.22 16:34
  • 기자명 /경남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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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병은 인류사에서 광인의 개념과 동일하게 사용됐으며 정신분열병이라는 단어의 부정적 편견을 줄이기 위해 2011년 3월 대한의사협회에서 명칭을 ‘조현병’으로 개정해 사용하면서 이용됐다. 

 조현병 유병률은 지역, 인종, 문화와 관계없이 1%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조현(調絃)이란 말은 줄을 고르게 한다는 뜻으로 격리보다는 치유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의 중증 조현병 환자는 44만명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중 복지부가 파악하는 환자는 9만명 정도가 된다고 한다. 나머지 33만명은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하고 있지만 국가시스템 밖에 있는 것이다. 

 정신건강증진지원에관한법률 시행규칙 제41조(정신의료기관등의 장의 퇴원 등의 사실 통보)에 정신질환자의 퇴원 사실에 대해 정신건강복지센터장이나 지역 보건소장에게 알리도록 돼있는데, 환자의 퇴원 사실을 알리는 병원은 10곳 중 4곳에 불과하다고 한다.

 정신질환자의 경우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지만 지역사회와 연계하는 첫 단추부터 어긋나게 돼 통제권 밖으로 내몰리는 현실인 것이다.

 지난달 진주시와 고성군에서 조현병과 알코올중독 환자인 아들로 인해 친어머니가 죽었으며 병원에 보냈다는 이유로 광주에서는 아들이 70대 친아버지를 죽였다. 2018년과 2019년에는 익산에서 친형, 부산에서 친누나, 수원에서 친누나와 아버지가 조현병 환자로부터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폭행, 상해, 협박, 체포·감금을 당해도 조현병 환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신고도 하지 못하고 범죄의 사각지대로 몰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조현병은 망상, 환청, 이상한 말과 행동 등의 증상을 동반하며 약물치료를 필수로 하는 정신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지만 현실에서 나이가 많은 부모가 장성한 아들에게 약 먹이는 것조차 힘들어 한다. 국가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지만 현실은 부양가족에게 등을 떠밀고 있다.

 매우 급박한 자·타의 위협으로 응급입원이 돼도 3일 경과하면 입원의 지속 여부를 가족에게 묻는데, 입원비가 한 달 기준 4인실 80만원 이상, 다인실 60만원 이상으로 상당히 부담이 된다.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는 지역사회에서 중증정신질환자의 치료 지원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2018년 7월 23일 발표했다.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지속적 치료와 복지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정신의료기관을 퇴원하는 환자의 정보 연계, 응급상황 개선, 인프라·인력 확충 등의 내용이 골자였다.

 하지만 전국 정신재활시설은 2017년 349곳, 2018년 348곳, 2019년 349곳으로 답보 상태이며 환자 가족에 대한 지원 또한 미미하다. 

 정부는 정신건강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정신질환자가 퇴원하고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연계되면 사회적응을 위해 재활서비스, 가족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중증정신질환자 퇴원 후 30일 이내 재 입원율은 약 30%, 퇴원후 90일 이내 재입원율은 약 40%로 전문병원 의존율은 여전히 높으며 정신재활 시설종사자도 2015년 6915명에서 2018년 6622명, 2019년 6572명으로 줄어들고 있다. 

 의료기관이 정신질환자의 치료 부분을 담당하고 증세가 완화되면 지역사회로 복기하기 위해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관리해 환자 가족의 부담을 상당히 줄어들게 하겠다는 약속은 제도 시행 2년이 지났지만 지켜지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많은 대책이 쏟아졌지만 조현병 환자 가족들은 여전히 이웃의 눈치를 보며 환자의 존재를 숨기고 조용히 지내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한다. 그 와중에 가족들은 환자의 폭행과 폭언으로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고 극한 경우 살인까지 당한다.

 환자 가족의 귀에 ‘정신건강복지센터’라는 단어는 생소하고 이제 국민들은 당국에서 대책을 내놓아도 믿지 않는다. 

 하루하루 전쟁 같은 삶을 살고 있는 환자가족을 위해 국가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보건당국이 국가시스템 밖에 있는 33만 명이 부담 없이 국가시스템 안으로 들어 올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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